이방희 전천덕산양조장 대표
이방희 전천덕산양조장 대표

 

자연 숙성 제조 방식의 양조장에서는 갈대 소리가 난다. 찐쌀에 수국을 섞어 발효시키는 큰 술독들에선 발효 정도에 따라 다양한 소리가 난다.

발효가 한창일 땐 뜨거운 젊음처럼 장작 타는 소리와 함께 열기를 띠며 끓어오르는 모양으로 움직인다. 발효를 거의 마칠 때즘 술이 되어 안정기에 접어서면 갈대밭에 잔바람이 스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진천덕산양조장에선 갈대소리가 사시사철 끊이지 않는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진천덕산양조장은 외관부터 아우라를 풍긴다. 100년 된 백두산 나무로 뼈대를 만든 이 양조장은 역사적 가치로 인정받아 국가등록문화재 제58호로 지정됐다. 이곳은 술을 빚는 최적의 장소로 설계됐다.

정문 앞에 늘어선 측백나무로 햇빛을 막아 급격한 온도변화가 없고 벽은 수수깡을 엮어 흙으로 발라 나무판을 대어 완성해 외부의 온도변화에 민감하지 않게 설계됐다.

내부 공기가 잘 통하도록 문은 낮게 창문은 높게 설게 됐다. 천장과 지붕 사이엔 왕겨로 채워져 습도 조절에 탁월하다. 100년 동안 왕겨를 교환하지 않아도 어제 채워 넣은 왕겨처럼 바삭하고 곰팡이 하나 쓸지 않았다.

이는 유해균의 번식을 억제하는 측백나무의 향과 술의 발효 조건에 최적화된 설계임을 증명한다. 진천덕산양조장의 주인인 이방희 대표는 “한천냇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양조장 내부의 공기를 순환시킨다. 자연과 조상의 지혜가 술을 만든다.”고 설명하며 “양조장 곳곳에 발효균이 백년간 쌓여 발효통에 자연 낙하해 살아있는 야생 균으로 만들어지기에 맛이 일정하지 않다. 수국을 직접 띄워 철저한 전통 방식으로 생산해 술맛이 자연을 닮았다.”고 강조한다. 현대 전통주 양조 방식은 대부분 대량생산을 위해 첨단 기계들로 제조한다. 이는 일정한 맛을 낼 수 있지만 각 양조장만이 가진 특색이 없다. “진천은 물과 쌀이 유명하다. 귀한 진천의 자원으로 술을 빚어 진천 덕산양조장의 술은 진천의 맛이다.”고 말하는 이 대표는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이곳을 지키는 것이 나의 사명이다. 그리고 한국의 맛을 해외에 널리 알리는 것은 나의 꿈이다.”고 밝힌다.

 

K전통주로 세계시장에 뛰어든다

한때 K막걸리가 일본을 시작으로 세계에 인기를 얻은 적이 있었다. 허나 현재 시들해진 인기는 다시 피어오를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이것을 안타깝게 여긴 이 대표는 세계 시장을 겨냥해 전통의 맛을 지켜내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첨단 설비를 구상중이다.

“진천덕산양조장은 제조부터 전통을 고집한다. 그 전통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시장을 겨냥하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전통 제조방식은 지금의 양조장에서 지켜 나가고 따로 공장을 둬 세계시장을 겨냥하는 거다.”는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어 “대량 생산을 하면 맛이 일정하나 진천덕산양조장의 맛을 온전히 구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대량 생산을 해도 수국을 직접 주입해 전통의 맛이 변하지 않는 기계를 개발하고 있는데 멀지 않아 곧 개발 완료할 예정이다.”고 전한다. 이 대표의 전통에 대한 집념은 과거부터 대단하다. 한국 전통무예 기천무의 전수자다. 전통 검술인 해동검도도 공인 5단으로 6단 과정을 밟고 있는 이 대표는, 세종시에서 수련하는 금강도장에서 제자 양성이 활발하다.

“목표를 가진 사람은 흐트러짐이 없어야한다. 마음 수련을 위해 운동과 그림을 시작했다. 예전부터 한국 전통에 남다른 관심이 있기에 운동은 기천무로 시작했다. 천운으로 산속에서 전통방식으로 수련하는 스승님을 만나 기천무를 전수받았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무예 시연 때마다 관람객에서 큰 호응을 받을 정도로 그의 무예 실력은 출중하다. 전통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이 대표의 마음이 진천덕산양조장에 그대로 녹아있는 것이다.

“나는 K약주. K막걸리로 한국 전통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이고 싶다. 전통주를 가장 한국적으로 만들어야지 가능하다. 김치도 온전히 한국식으로 만들어야 세계 시장에서 맛과 영양으로 인정받듯이 전통주도 그러하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하는 이 대표는 “대추나무사랑걸렸네의 촬영지로 사용되고 허영만 식객에 나온 할아버지 금고가 있는 진천덕산양조장을 100년이 아닌 200년. 300년 이어가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 것이다. 그래서 내부에 견학 오시는 관광객을 위해 본 양조장의 역사가 가득한 박물관도 꾸몄다.”고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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