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장점이 많은 민족이다.

한국인은 장점이 많은 민족이다. 20세기에 식민지에서 벗어난 나라 중에서 경제발전과 민주화라는 기적적 성과를 이룩한 나라는 지구촌에서 우리나라를 빼고 그 예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뜨거운 열정이 있는가 하면 명석한 지능이 있고, 동시에 무서울 정도의 집념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한 번 ‘잘 해보자’ 는 합의만 이루어지면 놀라운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들이 바로 한국인이다. 이미 세계적인 IT강국이 되었는가 하면, 한류열풍이 아시아전역을 강타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저력이 있었기 때문에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성과를 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게 마련이다. 이제는 21세기 선진사회에 걸맞는 새로운 지혜와 기술로 무장해야 한다.
동시에 낡은 고정관념과 낙후된 습관도 과감하게 버려야 할 시점이다. 나는 한국인이 버려야 할 습관중 하나로 엄벌주의를 꼽고 싶다. 사소한 잘못도 엄하게 처벌하는 봉건적 방식은 사회를 위축시키고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진노’ 가끔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린다. 실제로 대통령이 노한 것을 기자가 보고 쓴 것인지 의심스럽지만 이런 기사가 실리면, 정치권도 납작 업드리고 공무원들도 몸조심을 한다.

집에서도 ‘아빠 화났다’ 이런 소리가 나오면 자녀들은 바짝 몸조심을 한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실수나 실패를 했을 때 이해하고 격려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이런 사회가 선진사회다. 그리고 실수나 실패한 사람은 잘못을 시인하고 변상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엄벌주의 때문에 ‘은폐’ , ‘왜곡’, ‘오리발’ 이 나타나고 있다. 무조건 엄벌할 것이 아니라, 실수인지 악행인지를 분별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단순한 실수를 엄하게 처벌하고 인격을 모독하고 망신을 주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 일단 속이고 넘어가자” 이런 심리상태가 나타나기 쉽다.

세계적인 일류기업들은 ‘신상필벌’ 대신 ‘신상불벌’ 의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잘한 사람은 상을 주고 잘못한 사람은 반드시 처벌하는 것이 신상필벌의 개념이다. 그러나 신상불벌은 잘 하려다가 실수한 일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개념이다.

신상불벌의 문화가 있어야 직원들은 도전정신을 가지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 신상필벌의 문화를 가지고 있으면서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을 발휘하자” 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 실효가 없다. 이런 풍토에서는 복지부동이 있을 뿐이다.

우리사회는 신상필벌도 아니고, 엄벌주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나마 객관성과 공정성도 별로 없어서 어떤 사람은 봐주고, 어떤 사람은 일벌백계의 시범케이스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연초부터 사주팔자나 따져보고, ‘관운’ 이니 ‘재운’이니 하는 것을 알아보러 점쟁이를 찾아다니게 된다.
엄벌보다는 칭찬과 관용, 그리고 신바람이 있을 때 창의력과 도전정신이 살아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사회의 화두는 ‘개혁’이었다. 개혁이란 털을 다듬거나 뽑는 일이 아니라 가죽을 찢는 일이다.

개혁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자기자신의 가죽을 찢어서 근본을 고치는 일이다. 그런데 지난해 우리는 개혁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남의 가죽을 찢으려고 하였다. 이렇게 되면 반발이 나오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올해는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그리고 남에게는 관대한 선진국형 개혁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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