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창출과 고용의 질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및 1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자는 전년보다 3만 6000명 늘어난 81만 3000명으로 실업률이 3.5% 기록했다. 
이는 2001년 3.8%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지난해 청년 실업률(15-29세)은 8%에 육박해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처럼 실업률이 높아진 것은 경기침체로 가계형편이 어려워지면서 경제활동에 참가하려는 인구는 늘고 있지만, 경제상황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경제활동 참가율은 62.0%로 전년의 61.4%에 비해 0.6% 포인트 높아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4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론적 취업자 증가 규모가 지난해 99만 명에서 올해 68만 4000명으로 30%가량 줄어드는 만큼, 실제 취업 증가치는 지난해 41만 8000명에서 올해는 25만∼3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 으로 내다봤다.

지금 우리사회는 높은 실업률과 함께 ‘고용의 질’ 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해 주당 근로시간이 54시간 이상인 취업자는 전년보다 1.5%, 45∼53시간은 0.9%가 각각 줄었고 휴직자와 1∼12시간 취업자가 각각 10%, 13%증가한 것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도 올해 최대 사회적 과제를 ‘고용창출’로 선언하고 있다.

실업률이 높아지는 첫 번째 이유는 경기침체에 있다. 소비침체는 투자부진으로 이어지고, 기업은 신규 고용창출 할 여력을 잃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제조업의 경우 자동화, 전산화 등 신경영기법을 도입할수록 인력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경영혁신을 할수록 실업률이 높아지는 아이러니칼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신년 연두기자 회견에서 성장과 분배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고 역 질문을 하였다. 이 두 가지는 다 중요한데, 왜 자꾸 성장우선이냐, 분배우선이냐를 따지냐는 것이다.

국가경제에서 성장이나 분배 중 하나를 선택할 수는 없다. 이 두 가지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비중이나 우선순위는 당연히 존재한다.

지금 한국경제는 성장이 되지 않으면, 일자리 창출도 어려워지고 분배도 어려워진다.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다 보니 중산층 이하 생활자들의 고통이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긴급지원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성장이 둔화된 가운데 분배만 늘리면, 결국 한계점에 도달하게 될 뿐이다.

경제부총리도 우리 경제가 활력을 찾으려면, 연간 5% 성장은 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많은 경제예측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대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가 성장에 보다 높은 비중을 두어야 하는 이유의 하나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정책은 고용창출형 산업의 육성이다. 여기에는 정부도 이미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고용창출효과가 높은 산업이야말로 전략산업이고 효자산업이라는 국민적 합의 하에 이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고용창출효과가 높은 산업은 대체로 첨단산업이 아닌 노동집약형 산업이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 머릿속에는 첨단 정보통신산업이나 생명기술산업 등 화려한 첨단기술산업이 각인되어 있지만, 첨단 기술산업은 고용창출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오히려 우리가 기피하고 있는 노동집약형산업들이 고용창출 효과가 더 큰 것이다.

고용창출과 관련한 또 한 가지 과제는 직업관이다. 너도나도 화려한 직업만 찾다보니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다. 특히 많은 청년 실업자들이 차라리 실업자가 될망정 근무환경이 맞지 않는 곳에서는 일하지 않겠다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

지금 중소기업 현장에 가 보면, 할아버지·아줌마·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고 우리나라 청년층은 찾기가 어렵다. 어려서부터 ‘삶의 질’과 ‘한류열풍’에 젖은 젊은층들이 땀 흘려 일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원리는 능력과 성과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또한 능력과 성과의 차이에 따라 차등보상이 이루어진다. 기본권은 평등하지만 경제적 보상은 달라지는 것이 민주주의의 시장원리인 것이다. 따라서 눈높이를 낮춰 먼저 일할 기회를 찾고 노동시장에서 능력을 쌓고, 성과를 인정받으면서 몸값을 키워가야 한다. 그리고 중소기업 경영자들도 청년층의 가치관이나 직업관이 달라진 것을 적극 반영한 근무환경을 만들어야만 생존이 가능해 진다.

일자리창출 40만 개는 붕어빵 찍어내듯이 정부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경영자·노조·구직자가 함께 참여해야만 한다.

‘고용창출’ ‘고용의 질’ ‘노동의 질’을 함께 생각할 때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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