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이 경쟁력이다

한국경제를 살리는 힘은 이제 정보력과 창의력의 만남에서 찾아야 한다. 
최근 경기회복의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고 IMF등 국제경제 기구에서도 한국경제의 회복을 예상하는 보고서를 내 놓고 있다. 올해 선물 수요가 지난해 보다 15-20% 늘어나면서 내수 회복에 밝은 신호등이 켜진 것도 반가운 일이다.

선물 안주고 안 받기를 한 적도 있었지만, 이번 설에는 간단한 선물은 주고받자는 경제부총리의 당부도 분위기 전환에 도움이 되었다.
설 연휴가 끝난 후 신바람 난 유통업체들의 창의적 서비스가 이어지면서 또 한 번 기분 좋은 소식이 들린다. 설 선물을 다른 상품이나 상품권으로 교환해 준다는 것이다. 구입한 사실을 확인 할 수 있는 배달전표나 영수증을 제시하면 금액에 관계없이 교환이나 환급을 해 주는 서비스다.
일부 백화점에서는 고객이 필요없는 설 선물을 20-30% 할인된 가격으로 사 주는 행사도 가졌다.

‘맘에 안드는 설 선물 바꿔드립니다.’

‘필요 없는 설 선물 매입해 드립니다.’

고객의 마음을 가장 먼저 읽는다는 유통업계지만, 이번 행사를 보면 한 발 앞서 고객의 마음을 읽는 안목이 돋보인다.
지난해 일본의 모 자동차 회사는 신차를 전 세계에 동시 판매하면서 유독 한국 시장에서만 한 달 먼저 판매하였다. 딜러에게 그 이유를 물어 봤더니 첫째는 한국 소비자들은 빨리 공급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과, 둘째는 신상품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인터넷에 쏟아 내기 때문에 소중한 고객정보를 얻어서 즉시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 자동차 회사는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액을 기록하고 있다. 비결은 바로 고객의 마음을 재빨리 읽어내는 데 있다.

지난해 개봉된 영화 ‘오페라의 유령’도 미국과 다른 나라에서는 12월 23일 개봉되었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12월 16일에 개봉되었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특성을 마케팅에 활용한 것이다. 이 영화는 지난해 한국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하였다.

마케팅 격언 중에 ‘상품을 팔지 말고 OO을 팔아라’는 말이 있다. 이때 무엇이란 ‘가치’, ‘이미지’, ‘행복’, ‘기쁨’, ‘브랜드’, ‘감성’등이다. 모두 고객의 마음을 깊숙이 읽을 때만 성공할 수 있다.
요즘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 현상도 바로 여기에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물건만 팔려고 뛰어다니는 사람과 가치를 팔려고 하는 사람은 성과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설 연휴를 지내면서 유통업계가 분발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관광, 레저서비스업계는 심각한 고민거리를 남겼다. 사상 최대 인파가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다.
겨울철이니까 따뜻한 곳을 찾아가는 것이라고만 치부하기엔 우리 업계의 취약점이 너무나 많다. 가격, 서비스, 사회적 분위기가 모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 부총리가 ‘나가 놀지 말고 안방에서 놉시다.’라고 바람을 잡아도 잘 먹히지 않는다. 노는 것이야말로 더욱 심리적인 영향을 받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서비스 산업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연기 안 나는 고부가가치 효자산업’이 서비스산업인 것이다. 자동차 팔고 반도체 판돈을 해외관광이나 골프에 뭉텅 뭉텅 써서는 국민경제가 건강해질 수 없다.

제주도의 한 골프장이 눈이 와서 라운드를 못한 예약손님들에게 비행기 탑승권과 숙박비용을 보상해 주었다고 한다. 한 발 앞선 서비스인 셈이다.
올해는 불경기 탓만 할 것도 아니고, 외국제품 개방에 걱정만 하고 있을 때도 아니다. 올 설 연휴 기간에 보여준 우리 유통업계처럼 고객의 마음을 한 박자 먼저 읽고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정보화사회는 정보가 바로 힘의 원천이다. 여기에 창의력까지 합쳐진다면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오늘날 세계적인 초일류기업들은 고객정보의 수집과 활용에서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T자동차는 일단 확보한 고객은 절대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고객의 수입, 가족의 수, 운전습관, 취미 등을 수록한 고객 데이타베이스를 구축해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철저한 고객관리를 통해 고객들이 새 차로 교체할 때 어떤 차를 사려고 하는지 미리 예측하고 있다.

각 판매 팀은 매장 주변에 있는 가정마다 파일을 작성하고 정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방문약속을 한 후 일일이 방문한다. 이때 방문한 집에서 소유한 자동차는 몇 대이고 어떤 회사제품이며 그 특징은 무엇인가, 주차공간은 어느 정도이고 자녀는 몇 명인가, 주로 어떤 목적으로 자동차를 사는가, 언제쯤 자동차를 새로운 차로 바꿀 계획인가 등등의 정보를 세심하게 입수하고 있다.

고객정보관리는 고객에 관한 정보수집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정보를 서비스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 회사의 자동차를 산 고객들은 멤버쉽 카드를 지니고 있는데, 이 카드를 판매대리점의 컴퓨터에 집어넣으면 고객정보가 화면에 나타나면서 혹시 수정시킬 내용이 없는지 고객에게 묻게 된다. 또한 컴퓨터는 고객에게 각종정보를 제공해 주고, 고객가정에 필요한 여러 가지 모델을 제시해 준다. 이때 제공되는 정보 중에는 보험, 융자, 주차장 사정, 중고차시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정보를 적시에 필요한 사람에게 권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세계적인 초일류기업 휴렛패커드가 정보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내건 말이다. 오늘날 선진국의 많은 기업들이 정교한 고객정보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본격적인 개방화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기업에서도 선진화된 고객정보시스템 구축과 창의적 서비스 개발이 중요해졌다.

아직도 우리나라 기업의 일부 영업 부서장들 중에는 “판매량은 방문횟수에 비례한다”는 낡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영업사원들에게 근면성실만을 강조하는 경영자도 있다. 그러나 정보 없이 현장을 뛰어다니는 것만으로 성과가 나오던 고성장기는 이미 지났다.
판매량은 방문회수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력과 창의력에 비례한다는 새로운 인식이 필요한 때다.
한국경제를 살리는 힘은 이제 정보력과 창의력의 만남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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