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는 없다!

실세는 없다!
총선이 끝난 이후 결과에 대한 분석과 향후 정국에 대한 예측과 전망이 분분하다. 예측과 전망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결과에 대한 분석이면 이미 나타난 사실을 가지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교적 명백하게 드러난다.
진보세력에서 보수세력으로 전환했다는 그야말로 진부한 해석부터 노무현 정권의 실정 때문이라는 분석, 그리고 경제가 어려울 때 경제 살리기를 내건 CEO출신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전략적 승리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에도 적지 않은 관심이 쏠려있는 것이 사실이다. 민심이란 그야말로 국민의 마음이고 민중의 마음이다. 마음은 감정과 정서를 포함하는 그릇이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바로 마음이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는 어느 후보를 좋아서 찍고, 어느 정당을 좋아서 찍은 것도 있지만 어느 후보가 싫어서 찍고, 어느 정당이 싫어서 찍은 사람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누구 되는 꼴이 보기 싫어서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찍겠다.’
이런 사람들이 굳이 투표장까지 갔던 것으로 추청된다. 이번 총선에서는 미운털 박힌 사람들을 솎아내는데 유전자들이 추상같았다는 게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운털 대상은 누구였을까?
바로 투사형 후보들과 오만과 독선 이미지가 강한 후보들이었다.
한 때 민주투사라는 이름만 가지고도 큰 행세를 하고 국회의원이 될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중 상당수는 이번 선거에서 스스로 자기 경력을 축소하거나 감추면서 자신도 실용주의적 전문가라고 강변했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무능하고, 투쟁적이며, 이데올로기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정치지도자로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정치전에서는 3김 시대가 막을 내렸듯이 운동권 시대도 막을 내린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또 한 가지 미운털은 권위주의적이고 오만과 독선으로 비쳐진 거물급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잊은 것처럼 ‘거물급’, ‘실세’, ‘일등공신’이라는 말들을 즐기던 사람들이 날벼락을 당한 것이다.
물론 이들은 당내에서는 실세다. 당내 후보경선에서는 맞서는 사람조차 없었다. 이들은 자기 지역구 걱정보다 자기 사람들을 챙기면서 도전이나 당내 세력화를 꾀했던 것으로 유권자들에게 비추어졌다.
이제 유권자들은 이런 사람들의 거들먹거리는 것을 그냥 두지 않는다. 대통령을 뽑는 것은 바로 국민이다. 국민이 국가지도자를 뽑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당연히 대통령을 등에 업고 다닐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잘 섬기고 모셔야 한다.
국민은 겸손한 지도자를 원한다. 국민은 이제 정치실세를 인정하지 않는다. 실세는 없고 실력만이 존재한다. 실세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국민이다.
실력을 잘 기르고 실력을 발휘해서 성과를 내고 국민을 잘 모시는 게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의 정치지도자다.
‘실세는 없고 실력만 있다’는 교훈을 모든 정치인들이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면 이번 총선은 멋진 교훈을 선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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