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위기와 MBA혁신

세계금융위기와 MBA혁신
지금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그 원인 분석과 진단 그리고 처방에 관한 여러 견해가 나오고 있지만 그 누구도 확실한 답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그만큼 큰 사고가 터진 것이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으로 보다 거시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세기는 미국식 자본주의와 소련식 공산주의가 군사적 그리고 경제적 대립과 경쟁을 해 왔다. 이 싸움에서 승리한 것은 미국 측이다. 공산주의와 대칭된 자본주의는 장점이 훨씬 많았다. 따라서 자본주의 내부의 문제점들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미국주도의 자본주의는 거칠 것이 없었다. 달러는 세계 경제의 기축통화이고 세계 에너지의 대부분은 미국 통제 하에 있고 군사력은 전 세계 군사력을 다 합친 것보다 미국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미국식 자본주의는 점점 생산중심에서 소비중심으로 바뀌었고 정통적 금융 산업은 파생상품을 중심으로 금융을 위한 금융으로 바뀌어 갔다. 게다가 9.11테러 이후 미국은 안보와 안전을 이유로 다른 나라와 장벽을 쌓아 갔다. 오만과 독선, 탐욕과 독식은 저항을 부른다. 외부의 저항뿐 아니라 내부의 갈등을 불러 일으킨다.
파생상품은 거품을 일으키고 마침내 거품을 담보로 또 다른 거품을 만들어 내는 상황까지 가게 되었다.미국식 자본주의의 강ㆍ약점을 읽어 내기 위해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MBA(경영학 석사과정)변천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MBA로 평가 받아온 하바드 MBA는 1908년에 출범하였다. 그러니까 금년이 MBA탄생 100주년인 것이다. MBA과정에서는 그동안 수많은 경영이론 경영전략, 금융기법 등을 연구하고 강의해왔다. 최기에는 생산성 향상, 품질혁신, 고객만족 경영 등이 나오는가 했더니 80년대 중반 이후는 주로 경쟁전략이 주된 과제였고 90년대 이후에는 금융기법을 중심으로 우수 인력이 이동하였다.
하바드나 스탠포드 같은 명문 MBA출신들이 생산업체가 아닌 월스트리트로 진출하였고, 거대한 부를 조종하여 그들 역시 거대한 부를 축적하였다. 그들의 무기는 지식+정보+기술을 바탕으로 한 전략이었고 명문대학교의 학위는 이들에게 자신감과 우월감까지 실어주었다.
‘능력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특혜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하는 그들에게는 지금 ‘전략은 있지만 영혼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 붕괴 이후 월스트리트에 있는 성당과 교회에 넥타이를 맨 금융전문가들이 나타나 울면서 기도를 한다는 외신이 있었다. 명문 MBA 재학생들은 졸업 후 월스트리트 대신 사회적 기업으로 취업하겠다는 응답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직업대신 수입이 적어도 보람과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새로운 가치관이 나타난 것이다. 오만과 독식은 결국 붕괴할 밖에 없다. 지속가능하려면 겸손하고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독주하면서 만들어 낸 세계 경제위기 때문에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가 재등장할 수는 없다. 그들과의 경쟁에서는 이미 승리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한 많은 대안이 있겠지만 MBA교육의 일대혁신이 시급하다. 미국식 MBA를 모방하고 있는 우리나라 MBA과정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영혼은 없고 전략만 있는 교육’으로는 필연적으로 또 다른 재앙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신속한 자본주의를 이끌어갈 경영전문가의 육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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