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좋아하는 이는 보다 높은 곳에 오르려하고 출세를 좋아하는 자는 남 보다 빨리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 든다. 이것이 아마도 인지상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자신의 능력을 평가 받아볼 마음의 여유도 없이 외눈 바기 일목어(一目魚)처럼 주변도 살필 줄 모른다면 그것은 정상인의 태도가 아니요 아주 어리석은 자들의 공통된 우환증세라고 했다. 이 말은 우리나라에 성리학적 영향을 가장 많이 끼친 주자선생이 남긴 경고의 구절이다. 진리로 통하는 말은 시대를 뛰어넘어 영원토록 불멸의 훈구(訓句)로 통하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언제 들어보아도 옳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함께 수긍하기 때문이다. 많은 선각자들께서 남겨준 말이지만, 어떠한 사물도 스스로 존재하기 위한 이치와 법칙에 따라 생장소멸 한다는 것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어떠한 지식정보도 옛님들의 경륜을 계고(稽考)하면서 이해하려는 주의력을 기우려야 한다고 했다.

산을 바라보면 높은 산도 있고 낮은 산도 있다. 우거진 숲 속을 거닐다 보면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산림 같기도 한데 어떤 나무는 대들보 감으로 성장했는가하면 또 어떤 나무는 가늘고 길게만 자라서 기둥감도 되기 어려운 나무들도 있다. 인간사회의 경우도 그와 다를 바 없다. 심성이 착한 이가 있는가 하면, 어리석은 이도 있으며. 능력이 출중한 이도 있는가 하면 남에게 미치지 못하는 열등한 사람도 있다. 그것이 다름 아닌 우리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현실사회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엄연한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드리려 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그 수는 전체 인구비례로 보았을 때 극소수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자기 주제도 파악하지 못하면서 대통령 후보자로 나서겠다고 한다면 그는 한 사람이 아니라 총 국민의 수와 맞먹는 비중의 숫자적 의미를 지닌다고 봐야한다. 왜냐하면 한 나라에는 국민도 하나요 대통령도 하나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사회적 혼란기를 틈타고 대선출마자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우후춘순(雨後春荀)처럼 고개를 들고 있다. 그들의 모습은 난립(亂立) 현상을 이루고 있다. 산악훈련 경험도 별로 없는 자가 등산전문가처럼 행세하려 든다면, 이는 분명히 말해서 등산수칙을 원칙으로 여기지 않으려는 오만(傲慢)에 지나지 않는다.

김유혁 교수

오만을 합리화하려면 사술(詐術)을 제1의 수단으로 삼지 않을 수 없고, 변칙을 즐기려면 원칙을 뒷전으로 밀어내야 한다. 그래서 오만과 변칙은 언제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는 혼탁해질 수도 있고 문란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 결코 영원히 혼탁하고 문란한 상태로 이어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사회는 그 자체 존속의 정칙(正則)이 있고, 시민에게는 상호간 통용(通用)되는 양지(良知)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정칙이란 사회악을 몰아내는 사회정의(社會正義)를 의미하며, 시민적 양지란 선과 악을 가려서 취사선택할 줄 아는 시민 공통의 판단능력을 의미한다. 이를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 한다. 특히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악으로 상징되는 것이 용납될 수 없거니와 선이 아닌 것은 시민정서와 병립 될 수 없다. 더욱이 다수결(多數決)의 본질은 사필귀정을 입증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사회적 혼란의 흐름을 타고 홍수로 범람하는 탁류에 떠내려 오는 부유물처럼 대선 도전이라는 명분으로 떠들어대고 있는 양상을 바라볼라치면, 첫째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의 모습이 거리에 넘쳐나고, 둘째는 함량미달(含量未達)의 위인(爲人)이 종횡하고 있으며, 셋째는 변색충(變色虫)처럼 정체성(正體性)을 알 수 없는 자들이 망언속어(妄言俗語)를 분별없이 내뱉고 있다. 그 모두가 타기(唾棄)를 금할 수 없는 역겨운 화상(畵像)들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일반시민들의 잠자리를 파고드는 악몽과 흉몽의 조짐을 들어내서는 안 될 것이다. 예로부터 이르기를 임금님이나 성인군자 및 명장을 현몽하게 되면 그것이 곧 길몽(吉夢)이라 하여 형상조차 없는 그 꿈을 사고팔기도 했다는 이야기들이 전해오고 있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이른바 대선주자라면 꿈에 나타날까 두렵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즉 덕망이 없고, 신뢰할 수 없으며, 경모(敬慕)할 수 없다는 까닭 때문이다. 덕망이 있고 신의가 있으며 경모할 수 있는 인물을 가리켜 “인기” 있는 지도자라고 한다. 중용에서 이르기를 “원지즉유망, 근지즉불염(遠之則有望, 近之則不厭)이라 하였다. 즉 멀리 떨어지게 되면 그가 있는 곳을 자꾸 바라보고 싶어지고. 가까이 가면 헤어지기 싫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을 평범한 말로 “인기“라고 한다. 민심은 인기 있는 인물을 향해서 집주(集注)하게 마련이다. 요즈음 사람들처럼 빨리 대통령 되고 싶다 해서 최고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표가 있는 곳이라 해서 허둥지둥 찾아간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민심이 호응해주고 표가 따라와 줘야 하는 것이다. 어떠한 이유로도 호고욕속(好高欲速)한다고 해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그 의미를 깊이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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