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상 鄭容相,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전자문서·전자거래 분쟁조정위원장

격동의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았다. 

1년 전 2016년을 맞이할 때,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힘들겠지만 모두 힘을 합쳐서 난관을 극복하자고 다짐하였다. 특히 북한의 핵위협에 단호히 대응하자는 정부의 대북강경기조를 묵시적으로 동의하면서 아슬아슬하게 갈등국면을 넘어서려고 하였다. 그러나 연 초부터 여의도 정치권이 시끌시끌하더니 급기야는 4. 13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끝나기가 무섭게 세상은 정쟁의 회오리가 모든 것을 빨아 들이는 블랙홀현상에 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별 두려움 없이 아니 오히려 안하무인식의 인사와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대야 강성기조를 유지하였다. 그리고 여당 내부적으로도 소위 정권의 친위부대라 할 수 있는 친박중심의 권력독식구조를 형성하며 레임덕을 막기 위한 기이한 역발상적·공격적 정책으로 야당과의 힘의 대결을 계속하였다. 이러한 잘못된 장단에 장구치듯 야당은 내부권력다툼에만 몰입할 뿐 국민에게 다가서는 친국민적 정책을 펴는데는 실패했다.

나라의 이 곳 저 곳에서 가진 자들의 패권적 독식으로 인한 사회갈등과 불신의 조짐이 역력했고, 특히 대통령의 고쳐지지 않는 오만과 고집, 소통도 타협도 없는 독선적 국가경영에 반기를 드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더니만 급기야는 권력의 사유화로 인한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이 국민에게 알려지면서 나라는 대혼란에 빠졌다. 국가전체가 패닉상태에 빠진 것이다. 국민은 명예와 자존심에 심히 상처를 받았으며, 헌법정신이나 헌법가치를 몰각한 헌법파괴라는 극단적 죄명을 대통령에게 씌우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여 2016년의 끝자락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권력진공상태에서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혼란에 빠진 체 마감하였다. 그 사이에 끊임없이 심해지는 사회분열과 갈등, 불신과 반목은 그 도를 넘는 상황에 이르렀고, 국가의 틀 자체가 흔들리며 고강도의 정서적 지진이 우리 사회를 급습해 버렸다.

문명국가에서 그리 흔치않은 국회의 탄핵의결로 대통령은 권한정지상태에 있고, 여의도 정치권은 그제나 오늘이나 계속 우왕좌왕하면서 위기대처능력의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위대한 지도자는 위기의 순간에 빛난다고 하던데, 국가위난의 엄청난 휘둘림 속에서 그 누구도 눈에 띄는 지도력을 발휘하거나 국민을 위로하고 사태를 치유하며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는 보이질 않는다. 특히 정치지도자들의 아전인수식 처방전은 오히려 병을 부추기는 돌팔이 의사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에서부터 권력그룹인 가해자도, 권력에 아부할 수밖에 없어서 억지춘향격으로 거액을 출연한 피해자(기업)도, 권력과 야합한 흡혈귀같은 거간꾼 중개인도 하나같이 거짓말만 하며 사건의 진실을 덮으려는데 혈안이 된 저 모습을 바라보는 이 땅의 주인인 국민은 무너진 자존심과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억울함과 분노를 추스르지 못한 체 슬퍼하며 새해를 맞았다. 한 시가 급한 경제와 안보의 위기상황에 대한 진단이나 방책은 물 건너 간지 이미 오래 되었다. 누가 대한민국의 안위를 책임지려고 하며, 누가 내일의 먹거리를 위해 고뇌하고 있는가? 아무도 없다. 그저 국민 개개인이 각자도생하는 방법밖에 없으니 이거야말로 북한 정권이 국민의 굶주림을 방치한 체 장마당에 나가 알아서 벌어 먹어라는 식과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백성을 무시한체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호위호식하고, 모든 기회를 독식하고, 빵과 명예와 권력을 단 한 방울도 세어나가지 않게 견고하게 둑을 쌓아 끼리끼리 나눠 먹기에 급급한 그들이 무슨 지도자란 말인가! 불공정과 반칙이 몸에 익은 지배계층의 독선과 선민의 사고는 이미 도를 넘었다. 예방은 물론이고 치유조차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측근비선에서 사고가 터지니 이거야 말로 북한의 핵무기보다 수백 배 더 강한 파괴력으로 국가공동체의 근간을 강타하였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그 어느 누구하나 내 탓임을 고백하는 지도자도 정당도 단체도 없다. 모두가 네 탓이지 나는 잘못이 없다는 야만적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이 느끼는 배신감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이다. 정말 돌팔이에게 생사여탈권을 맡긴 우리 국민이 잘못인가보다. 병인(病因)의 징후가 역력했음에도 정치권 그 누구도 명확한 진단과 처방을 하지 않은 체 사리사욕에만 눈이 먼 이 따위 기득권층을 과연 우리 백성은 용서를 해야 할까! 눈이 빠져도 그만한 게 다행이라며 백성들끼리 서로 위로하며 기득권층의 잘못을 단죄하지 않고 그저 좋은게 좋다고 하면서 임시봉합하여 넘어가면 될까? 난파상태에서 배를 고칠 생각도 하지 않고, 운항일지나 항로검색도 제대로 하지 않고, 과연 이 배로 대해를 항해할 감항능력이 있는지도 점검해 보지도 않고, 전문성이 전무한 엉터리 무자격 선장만 교체하면 될 것인가? 이건 그야말로 배가 산으로 가거나 아니면 세월호를 따라 침몰하고 말 것이다. 이제는 반듯한 항해매뉴얼을 만들어서, 물길도 파악하고, 무적의 철갑선을 만들고, 잘 훈련된 병사를 승선시키고, 오대양 육대주를 안전항해 할 수 있는 세계최고의 실력을 갖춘 선장을 뽑아야 한다. 목숨을 걸고 책임을 다한 아덴만의 영웅 삼호쥬얼리호 석해균 선장을 스카웃 해야 한다. 팬티차람으로 침몰하는 선박에 수백 명의 생명을 남겨둔 체 혼자 퇴선하여 탈출하는 세월호 이준석 선장에게 지휘봉을 맡겨서는 안 된다. 어떤 위난 속에서도 대한민국호는 침몰하거나 좌초할 수 없는 대한민국 국민의 명예와 자존심의 상징이요. 목숨바쳐 지켜야 할 위대한 조국이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 국민의 생명줄과도 같은 소중함이다. 

2017년 새해를 맞으며 대한민국의 위대함을 세계만방에 알리자! 우리민족은 5천년 역사상 1천여회 이상의 외침을 받으며 누란의 위기를 맞았으나 백성들이 똘똘 뭉쳐 나라를 지켰다. 강대국에 끼인 약소국이면서도 국민의 우국충정의 일심으로 목숨 바쳐 지킨 조국이다. 우리는 열정과 은근과 끈기로 세계역사 속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기적의 신화를 간직하고 있다. 숨가쁘게 달려오던 사이에 후진적 국가지배구조하의 적폐인 지배적 권력독점과 특권층의 불공정한 독식구조의 후유증이 쌓이고 쌓여 결과적으로 2016년 절망의 순간을 맞았다.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고서야 이제는 깨달았다. 

특정계층의 불공정경쟁과 독점적 지위가 용인되는 국가지배구조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어떻게 하면 반듯한 법치주의와 자본주의가 만개하며, 그 결과물로 성숙한 민주주의가 성취되어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되고 대의민주주의가 정착되는지를 알았다. 어떤 경우에도 권력의 사유화는 막아야 하며, 패거리 정치의 폐해가 얼마나 국가를 파멸케 하는지 보았다. 천민자본주의가 사회양극화를 부추겨 국가존망을 위협함도 우리는 실감했다. 진정한 주권재민의 민주공화국이어야 국민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동일한 실수를 반복할 만큼 우리 백성은 우매하지 않다. 대한민국공동체의 공익을 위해, 그리고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행복을 위해 사회악을 일소하고 정의가 물같이 흐르는 세상건설을 위해 새해부터 합심하여 국민의 주인노릇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첫째, 국가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권력이건 돈이건 한 쪽으로 쏠리는 구조는 바꾸어야 한다. 정의와 형평이 기초가 된 공정한 저울대로서의 국가규범의 대수술이 필요하다. 둘째, 주권자로서의 국민이 그 몫을 다해야 한다.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결코 보호받지 못한다. 눈을 부릅뜨고 맡겨 놓은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는지 사전예방적 감시·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특정정파나 이익단체의 바람잡이가 아닌 순수와 정직의 칼을 든 NGO의 역할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셋째, 민주시민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식할 수 있는 끊임없는 교육이 필요하다. 법교육, 정치교육, 경제교육을 학교에서 만이 아닌 사회전영역에서 평생교육, 시민교육으로 일상화해야 한다. 주권자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을 넓히는 교육의 상시화가 요망된다. 

2017년은 정유년이다. 1597년 정유재란 당시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임전자세를 42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마음에 되새기며 위기를 기회로, 국운융성의 출발점으로 삼기를 희망한다. 

저작권자 © 뉴스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