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과 파리의 교훈

이제는 기존의 논리와 관행을 뛰어넘는 시도를 통해서 해결책을 찾아내야 할 것...
윤은기 박사의 석세스 리포트


최근 일본 소니사가 미국인을 CEO로 선임해서 일본사회에 큰 화제거리를 제공하였다.
이번에 CEO로 선임된 하워드 스트링거는 1980년대 말 위기에 처한 CBS에서 방송국장을 맡으면서 수백 명을 정리 해고하고도 떠나는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지 않는 놀라운 개혁솜씨를 보여준 사람이다.

그는 CBS에서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뛰어난 기획력으로 큰 수익을 올렸고 소니 미국법인에 참여한 이후에는 영상과 음악부문 사령탑을 맡아 영화사 MGM과 음반사 BMG를 인수하였다. 그리고 영화, ‘스파이더 맨’으로 소니에게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남겨준 경영의 귀재이다. 프로듀서 출신인 그는 특히 창의적 기획력과 인재활용에서 탁월성을 발휘해 왔다.

한때 ‘전자왕국’소리를 듣다가 이제는 우리나라의 삼성이나 LG에게 추월당한 소니는 절벽에 매달린 것과 같은 위기상황이다. 이런 위기상황에 처한 것은 바로 자만심과 무사안일 때문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스로 자신이 성공신화를 깨뜨리지 못하는 자는 경쟁자가 그것을 깨뜨리게 된다.’ 소니야 말로 이 말처럼 되고 말았다.
전 세계 대도시 젊은이들이 소니의 워크맨을 귀에 꽂고 콧노래를 부르고 다니던 일은 이제 희미한 전설이 되어버린 것이다.

‘변화하라, 변하지 않으면 현상유지가 아니라 후퇴할 수밖에 없다.’
요즘 우리나라 경제지표를 보면, 소비심리가 다소 살아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투자심리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난세에는 몸조심이 최고라거나 불황기에는 동면에 들어가는 것이 생존전략이라고 생각하는 경영자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불황기에 지나치게 몸조심을 하거나 동면에 들어갔다가는 정말 얼어 죽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세계적인 일류기업들은 불황기를 잘 관리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불황기에 신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마케팅활동을 강화해서 호황기에 큰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
각종 경제지표로 볼 때 이제 우리경제는 거의 저점수준에 도달해 있다. 이럴 때는 적극적인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몸조심을 하거나 하던 일만 반복하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가 없다. 도전정신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몇 마리의 벌과 파리를 병 속에 함께 집어넣고 바닥을 창 쪽으로 해서 병을 뉘여 놓으면 어떻게 될까?
벌은 밝은 방향에서만 출구를 찾다가 끝내는 지쳐서 죽게 된다. 그러나 파리는 2분도 되지 않아서 반대쪽의 주둥이로 나가버린다. 벌과 파리 중에서 지능은 벌이 높은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벌은 가장 밝은 쪽에 출구가 있다고 생각하고 너무나 논리적인 행동을 고집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것이 禍根(화근)이 되고 만 셈이다. 그런데 지능이 떨어지는 파리는 빛의 방향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다가 출구를 발견하고 자유로운 몸이 되는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워터먼과 피터스가 공동으로 저술한 초일류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ellence)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리가 이 에피소드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어떤 것일까?

첫째,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실험과 시행착오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둘째, 경직된 사고나 엄격한 행동보다는 유연한 사고와 행동이 성과를 낸다는 점이다.

셋째, 과거의 관행이나 선례에 얽매이지 말고 전혀 새로운 행동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금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에서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의 논리나 성공방식을 고집한다면, 벌과 같은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오히려 이제는 기존의 논리와 관행을 뛰어넘는 시도를 통해서 해결책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최근 기업에서 역발상 또는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현상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즈음 웬지 업무성과가 나오지 않는 기업과 직장인들은 벌처럼 관행에 얽매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번 소니의 미국인 CEO 선임은 분명히 파격적인 것이다. 마치 겉똑독이 벌에서 날쌘돌이 파리로 변신하는 것을 보는 것 같다. 지금 우리 회사는 벌일까, 파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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