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업무나 생활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창의성 개발에도 큰 도움

우리나라는 그동안 ‘일’은 미덕이고 ‘휴식’은 악덕시해 온 경향이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주5일 근무시대를 맞고 있다. 노동관이나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간은 노동의 도구가 아니고 창조하는 주체로서 업무나 생활에 임할 때 생산성도 높아지고 삶의 질도 높아지게 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휴가문화’의 향상을 위해서 노력해 왔고, 이제는 휴가를 미덕으로 여기는 경영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는 ‘바캉스’ 문화가 유명하다. 대부분의 도시 근로자들이 여름철에는 약 한달 가량 가족들과 함께 도시를 탈출한다. 그러니까 도시나 작업장을 ‘비운다(Vacant)’는 것이 바캉스의 어원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 여름바캉스를 위해서 일 년 내내 저축하고 계획을 세운다.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마치 바캉스를 위해 회사를 다니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날 정도다. 그러나 이 바캉스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무척 실속이 있다.
첫째는 가족끼리의 결속이 강화되는 것이 큰 소득이다. 바캉스가 가족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계획하고, 준비하고, 행동하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고 부모 자식간에 정도 깊어진다.
둘째는 문화, 예술에 참여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바캉스 시즌에는 전국의 주요 관광지나 위락시설에서 연극, 무용, 연주회 등이 열리고, 크고 작은 축제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고 의욕을 북돋아주기 때문에 일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셋째는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비교적 긴 기간 동안 일상의 업무나 생활로부터 벗어나서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창의성의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선진국 사람들은 휴가기간 중에 재미있는 책을 가지고 떠나는 것이 관습처럼 되어 있다. 이처럼 휴가문화가 한 차원 높기 때문에 놀고 쉬면서도 경제발전에 오히려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비해 우리의 휴가문화는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휴가문화는 그 사회의 직업문화와 생활문화, 더 나아가서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일’은 미덕이고 ‘휴식’은 악덕시해 온 경향이 있다. 근면성실과 내핍절약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노동집약적 산업사회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가치창조형 휴가문화로 전환되어야 한다. 삶의 질과 창조력을 높이고, 의욕을 샘솟게 하는 휴가가 필요한 것이다.
요즈음 기업에서도 목적성 휴가제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재충전휴가’, ‘안식휴가’, ‘독서휴가’, ‘결혼기념일 휴가’, ‘생일휴가’, ‘스위트홈 휴가’ 등이 그것이다.
‘공공봉사휴가제도’를 도입한 회사도 있다.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싶은 직원이 계획서를 제출하면 휴가와 함께 활동비까지 지급하는 제도다.
이 경우 직원들은 사회봉사활동을 통해서 살아가는 가치를 높이고 자긍심도 높아지게 된다. 이런 경험과 의욕이 업무에까지 이어지면 업무성과도 높아지게 된다. 회사는 기업이미지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우리는 아직도 소모형 휴가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휴가기간 중 술 마시고, 고스톱치고 과소비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휴가가 ‘재충전’이 아니라 ‘재소진’의 원인이 될 뿐이다.
직장인들이 일 년에 한 번 뿐인 여름휴가를 잘못 낭비하게 된다면 급변하는 정보화사회의 적응력을 상실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사전계획을 철저하게 수립해서 ‘가치창조형 휴가’를 즐긴다면 개인에게도 좋고, 기업에도 좋고, 국가에도 좋을 것이다.
이제는 휴가도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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