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와 독서캠페인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 박학다식하면서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을 꼽으라면 이어령 교수님과 돌아가신 이규태 선생님이 우선 떠오른다. 이 두 분과는 이야기를 할수록 대화의 폭과 깊이가 무궁무진함을 깨닫게 된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과거와 현재가 만나면서 독창성이 활활 타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균형감각을 유지하면서도 번쩍이는 창의력이 나타나는 이 분들의 지적파워의 원천은 무엇일까? 바로 독서의 힘이다. 이 분들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양의 독서를 했던 것이다. 독서를 하면 컴퓨터처럼 차곡차곡 입력되었다가 필요할 때 검색해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머릿속에서 그리고 가슴속에서 서로 섞이면서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서서히 가라앉는다. 이런 바탕에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그 정보는 새로운 생명체로 변신하여 독창적 견해로 탄생하게 된다.
예부터 ‘남아수독오거서’라는 말이 있었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리더가 되려면 몇 트럭분의 책을 읽어야 된다.’ 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디지털 세대들은 독서 대신 컴퓨터 화면에 뜨는 짧은 정보를 먹고 산다. 그리고 짧고 화려하게 명멸하는 TV프로에 빠져있다. 이런 지적기반으로는 균형감각도 창의력도 살아나기 어렵다.
얼마 전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의 강의를 들었다. 윤리경영에 관한 내용 중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왔다. 부하가 상사에게 선물할 일이 있을 때는 반드시 정가 만 원 이하의 책으로 선물하게 했다는 것이다. 대신 상사가 부하에게 선물할 경우에는 금액과 품목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윤회장의 책장에 꽃혀 있는 책의 삼분의 일 가량은 부하직원들이 축하인사나 덕담을 써서 선물한 책이라고 했다.
‘윤리경영도 실천하고 학습도 할 수 있으니 정말 일석이조다.’
이게 윤회장의 평가다.
요즘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한 언론사와 함께 ‘거실을 서재로’라는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거실에 있던 TV를 치우고 그 자리에 책장을 놓는 운동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 박명회 회장은 ‘컴퓨터 마우스와 텔레비전 리모컨의 포로가 되어 있는 우리 국민들을 독서의 세계로 이끌어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디지털 강국이다. 그러나 어느새 세계적으로 독서율이 낮은 나라가 되고 말았다. 이런 취약점을 개선하는데 이번 캠페인은 큰 기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독서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창의적 성과’를 창출하는 원동력이다.
요즘 많은 기업들이 사내 독서활동을 제도화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책을 사 주기도 하고 독후감을 제출하게 한 후에 시상식도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발적인 독서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 주몽보다 인터넷 게임보다 정치뉴스보다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진정한 정보지식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P.S: 성원덕분에 3월5일부로 총장으로 취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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