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경제를 위하여

신나는 경제를 위하여
경영학에서는 사장은 경영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을 하며 기업을 대표하고 그 책임과 권한을 가지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최종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어떤 고통을 겪고 있고 기업을 대표하기 위해 어떤 처신을 해야 하며 그 책임을 다 하기 위해 어떤 스트레스를 겪는 것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조용필의 노래가사에 나오는 이 표현이 잘 들어맞는 직책이 있다. 바로 요즘 한국의 CEO들이다. 점점 치열해 지는 글로벌 경쟁상황에서 한 시도 방심할 수 없는 긴장 때문에 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술을 마셔야 잠이 온다는 사람도 있고 위장병 등 온갖 질병으로 병원 출입이 잦은 사람도 있다. 스트레스의 근본요인은 ‘최종 의사결정’이다. 아무리 회의를 열고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도 어차피 최종 의사결정은 CEO가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대 경제상황의 특징은 한 번의 의사결정이 곧 바로 기업의 ‘흥망’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시간의 압축성 때문에 짧은 시간에 큰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순식간에 기업이 문을 닫게 되기도 한다. 그러니 CEO는 늘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현상유지는 더욱더 어렵다. 어차피 승부를 걸기 위해 온갖 경영기법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 혁신경영, 열정경영, 창조경영, 기술경영, 펀 경영, 환경경영, 제휴경영... 이 중에서도 가장 괴로운 일은 무엇일까? 사람을 내 보내는 것이라고 한다. 혁신을 해 가자면 수술을 할 수 밖에 없다. GE의 잭 웰치 전 회장도 해마다 10%를 내 보냈다. 그때 얻는 별명이 ‘중성자 탄’이다. 건물은 다치지 않고 그 안에 있는 적군만 죽이는 폭탄에 비유한 것이다. 그래도 잭 웰치는 사전에 준비할 기간은 주면서 충격을 완화해 갔다.
“사람을 해고하는 것은 리더들이 가장 하기 어려운 결정중 하나다. 그 일을 즐기는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도 리더가 될 수 없다.”
사람을 해고해서 비정한 인간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원숭이 사회에서도 구성원을 쫓아낸 원숭이와 쫓겨난 원숭이의 스트레스를 조사해 봤더니 쫓아낸 원숭이의 스트레스가 쫓겨난 원숭이의 스트레스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다. 아끼는 직원이 스스로 회사를 떠나는 것도 고통이다. 그것도 회사가 어려워 졌을 때 믿고 아끼던 부하가 사표를 냈을 때 심정을 한 CEO는 '실연‘의 고통에 비유하고 있다. 사장은 늘 웃고 있어야 한다. 표정만 달라져도 부하직원들과 거래처가 동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혼자서 술을 마시고 속병에 시달린다. 헬쓰클럽에서 산뜻한 운동복으로 러닝머신을 달리는 모습은 드러나 있지만 조그만 카페에서 혼자 술 마시는 모습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사장은 외롭다. 외로워도 고민을 들어 줄 상대방 찾기가 쉽지 않다. 사장은 힘든 자리다. 그리고 겪어 보지 않고는 그 고통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사장들은 ‘나도 때로는 월급쟁이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속을 뒤집는 부하를 보면 ‘당신도 사장 한 번 해봐라’라고 마음속으로 악담을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사장을 왜 하려고 안달을 하는 것일까? 그 고통과 어려움을 뚫고 나가면 성과가 있고 보람과 희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장들의 성과, 보람, 희열을 보면서 그들을 부러워 하지만 진짜 사장이 되고자 하는 어려움과 고통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CEO가 적지 않다. 이들이 신나게 경영에 몰입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도 언론에서도 발목 잡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CEO가 신나야 직원도 신나고, 직원이 신나야 고객도 신나게 된다. 이제는 신나는 경제’를 위해 CEO를 팍팍 밀어주면 어떨까?

저작권자 © 뉴스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