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위기와 기회

기후변화의 위기와 기회
최근 대학원생들과 함께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 일본 훗카이도 지역을 다녀왔다. 훗카이도는 일본 열도의 가장 북쪽에 위치해있고 울창한 삼림이 우거져있는데다가 겨울에는 눈축제가 열리고 여름에는 시원해서 친환경 관광명소로 유명하다.
우리 일행이 찾아갔던 곳 중 하나인 아사히가와(旭川) 후라노(富良野) 지역의 자연환경학습장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 학습장은 원래 골프장이었다. 그러나 일본 경제의 거품이 빠지면서 골프장 내장객이 급격히 줄어들자 적자에 허덕이다가 마침내 문을 닫게 되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 금새 황폐해지듯이 손님이 오지 않는 골프장은 클럽하우스가 망가지고 여기저기 을씨년스러운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것을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단체들이 나서서 환경역사체험 학습장소로 변모시켰다.
지금은 차 한 잔을 하고 간단한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곳으로 바뀐 클럽하우스 바로 옆으로 예전에는 페어웨이였던 곳에 460m 거리의 학습코드가 특히 눈길을 끈다. 지구의 역사가 46억년이기 때문에 1m 걷는데 약 천년의 시간이 경과하는 것으로 지구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구의 탄생으로부터 빙하기, 해빙기를 거쳐 인류가 번성하고 환경이 파괴되면서 지구가 환경위기를 맞는 과정이 흥미롭게 표시되어 있다. 화산폭발, 공룡의 흔적 등 시각적인 표시를 잘 해놓았지만 돌에다 색칠을 하고 맨 땅에 공룡의 네 발과 꼬리로 친 흔적을 표현하는 식이어서 거의 돈은 들이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일본인 안내원은 이 460m를 함께 열심히 역사적 사실을 설명해주었고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알리려고 애를 썼다.
46억년의 지구 역사에서 환경파괴로 인한 심각성이 나타난 것은 겨우 100년이다. 이 100년 동안에 인간은 나무를 베어내고 석탄과 휘발유를 마구 써대면서 대기오염, 수질오염, CO₂발생, 지구 온난화 등 심각한 문제를 자초한 것이다.
체험학습장에 표시된 길이는 겨우 한 걸음에 불과한 짧은 순간에 지구는 환경위기에 빠지고 만 것이다. 이 학습코스의 맨 마지막에 바위가 하나 놓여있고 이 바위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우리 후손들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 것입니다. 깨끗하고 아름답게 돌려줄 의무가 있습니다.’ 얼마 전 돌아가신 박경리 선생님은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자만 쓰면서 살아야지 원금을 까먹으면 안된다는 말로 생명의 소중함과 지속가능의 철학을 이야기하였다. 바위에 써 있는 글이나 박경리 선생의 말씀은 같은 의미일 것이다.
460m면 골프코스에서 파 5 한 홀의 거리다. 폐 골프장을 환경체험학습장으로 바꾼 것이나 460m에 지구의 역사를 재현한 것이나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을 하였다.
요즘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원과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공동으로 ‘기후변화지도자과정’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또는 이미 가져온 국제협약, 각종 규제, 환경산업, 에너지 및 자원거래, CO₂매출권 비즈니스 등 새로운 위협과 기회에 대해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함께 토론하는 학습과정이다. 이 과정에는 CEO를 주축으로 관계, 정계, 학계, 언론계, NGO 등 여섯 개 분야의 지도자들이 수강하고 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삼천리 이만득 회장, 이만의 환경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산림청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MBC 엄기영 사장, 김종량 한양대 총장, 윤신일 강남대 총장, 임태희, 박진, 이미경 의원, 고건 기구변화센터 이사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 각 분야 지도자들이 매주 월요일 저녁 진지한 학습과 열띤 토의를 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환경문제는 중요한 국책과제이며 기업경영의 필수과제이기도 하다. 국가 경쟁력과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면서 동시에 우리 후손들에게 아름답고 건강한 지구를 돌려주어야 하는 ‘지구적 가치’의 문제이기도 하다.
요즘 온통 쇠고기 파동으로 뒤덥힌 우리 사회를 보면서 좀 더 차분하게 사회적 의제를 정리하고 우선 순위에 따라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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