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는 전략이다

여름휴가는 전략이다
‘쉰다’는 의미의 한자어인 휴(休)는 사람인(人)변에 나무 목(木)자가 합쳐진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이 나무 옆에 있을 때 가장 좋은 휴식이 된다는 의미인데 이대 나무는 숲(forest)또는 자연(nature)을 가르킨다.
인간은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이 있을 때 몸과 마음이 상쾌해 진다. 그리고 자연의 시계(nature clock)에 맞춰 느긋하게 움직일 때 재충전이 된다. 그러나 일상생활이나 일상업무는 우리를 자연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속도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일수록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재충전을 필요로 하게 된다. 동양에서는 휴식과 휴양이라는 개념으로 재충전 문화가 형성되었다면 서양에서는 보다 적극적 의미로 레저라는 개념과 문화가 형성되었다. 죤 갈브레이스 교수는 레저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 레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 레저는 ‘기분전환’을 하는 것이며 세 번째 레저는 ‘인생에 의미를 주는 레저’라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레저란 힘든 일을 끝내고서 맛보는 것으로 격심한 노동에서 잠시 피하려는 것이다. 이런 레저를 추구하는 사람은 일단 불행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고 발전의 가능성도 거의 없다. 기분전환으로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레저는 일종의 자기도피형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토요일 오후 TV앞에서 스포츠 게임을 보면서 어느 쪽이 이기든 지든 관계없이 그냥 정신만 뺏기고 있는 사람이 여기에 속한다.
인생에 의미를 주는 레저란 일종의 자아실현형 레저다. 즉 인생의 의미를 찾는 레저인데 마음의 평정과 자기발전을 꾀할 수 있는 가장 수준 높은 레저다. 생태체험, 사회봉사활동이나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 등이 여기에 속한다. 갈브레이스 교수는 21세기 정보화사회에서는 노동과 마찬가지로 여가의 활용도 인생의 의미를 찾는 쪽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대한 사상가 토마스 홉스는 ‘레저는 철학의 어머니다.’라는 말을 했는데 이는 바로 자아실현형 레저를 의미하는 것이다.
인간은 노동의 도구가 아니고 창조하는 주체로서 업무나 생활에 임할 때 업무생산성도 높아지고 삶의 질도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도 일찍이 ‘휴가문화’의 향상을 위해서 노력해 왔고 이제는 휴가를 미덕으로 여기는 경영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는 ‘바캉스’문화를 이미 정착시켰다. 대부분의 도시 근로자들이 여름철에는 약 한달 가량 가족들과 함께 도시를 탈출한다. 그러니까 도시나 작업장을 ‘비운다(Vacant)'는 것이 바캉스의 어원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 여름바캉스를 위해서 일년 내내 저축하고 계획을 세운다.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마치 바캉스를 위해 회사를 다니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날 정도다. 그러나 이 바캉스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무척 실속이 있다. 우선 가족끼리의 결속이 강화되는 것이 큰 소득이다. 바캉스가 가족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계획하고 준비하고 행동하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고 부모자식간에 정도 깊어진다. 둘째는 문화, 예술에 참여하는 기회로 활용한다. 바캉스 시즌에는 전국의 주요 관광지나 위락시설에서 연극, 무용, 연주회등이 열리고 크고 작은 축제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삶의 질은 높이고 의욕을 붇돋아주기 때문에 일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셋째는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비교적 긴 기간동안 일상의 업무나 생활로부터 벗어나서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창의성의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여름휴가인 바캉스는 일년의 하반기를 위한 귀중한 재충전인 셈이다. 우리나라도 선조들은 여름휴가를 자연과 함께 즐기면서 재충전의 기회는 삼았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을 거치면서 우리의 휴가문화는 재충전이 아니라 재탈진으로 연결되는 후진문화로 추락하고 말았다. 휴식의 문화 그리고 휴식의 기술이 실종된 것이다. 휴가문화는 그 사회의 직업문화와 생활문화 더 나아가서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일’은 미덕이고 ‘휴식’은 악덕시해 온 경향이 있다. 근면성실과 내핍절약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노동집약적 산업사회에서 살아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휴식도 마음껏 먹고 요란하게 노는 것으로 잘못 인식해 왔다.
이제는 가치창조형 휴가문화로 전환되어야 한다. 삶의 질을 높이고 창조력을 높이고 의욕을 샘솟게 하는 휴가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요즈음 기업에서도 목적성 휴가제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재충전 휴가’, ‘안식휴가’, ‘독서휴가’, ‘결혼기념일 휴가’, ‘생일휴가’, ‘스위트홈 휴가’등등이 그것이다.
미국의 한 회사는 ‘공공봉사휴가제도’까지 도입하고 있다.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싶은 직원이 그 계획서를 제출하면 휴가와 함께 활동비까지 지급하는 제도이다. 이 경우 직원들은 사회봉사활동을 통해서 살아가는 가치를 높이고 자긍심도 높아지게 된다. 이런 경험과 의욕이 업무에까지 이어지면 업무성과도 높아지게 된다. 물론 회사는 기업이미지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우리는 아직도 소모형 휴가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휴가 기간중 술 마시고 고스톱치고 과소비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휴가가 재충전이 아니라 재탈진의 원인이 될 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긴 휴식기간이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금년 한해 삶의 질과 업무성과가 결정될 수 있다.
따라서 여름 휴가야말로 직장인들에게는 소중한 전략적 과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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