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위세력이냐 지지세력이냐?

친위세력이냐 지지세력이냐?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큰 진통을 겪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촉발된 촛불 집회에 흔들리면서 마침내 대국민사과와 함께 인적 쇄신을 하는 상황으로까지 몰리고 말았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진단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의 미숙한 일 처리와 안이한 판단으로 국민의 불안감과 불만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 주원인일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최다득표를 한 것과 어떤 경우라도 노무현 정부보다는 더 잘할 자신이 있다는 심리가 겹쳐 지나친 자만심을 가지고 출범한 것 자체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더 겸손하게 더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갔어야 할 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 각 계층으로부터 인재를 발탁해서 지지기반을 넓혀 갔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사는 대부분은 대통령 선거캠프 출신이거나 이곳에서 추천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처음부터 비주류 출신이면서 정치적 소수파의 집권이었기 때문에 극열한 소수의 지지자들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사회를 받치고 있는 중추세력을 그러니까 공직자, 기업인, 학계, 군, 언론계, 문화예술계 등을 지지기반으로 하여 정치적 힘을 키워갔어야 했다.
선거 기간 중 측근에 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사를 하다보면 정규군은 다 떠나갈 수밖에 없다. 한 때 40%대에 이르렀던 지지율이 한 자리수로 떨어진 원인은 바로 편협한 인사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지지기반이 흔들리자 반 이명박 세력은 곧바로 연합해서 공세를 취하기 시작했고 심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여기에 대응하는 방식도 미숙했다는 것이다. 정확한 원인을 몰랐기 때문에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참모들은 선거 때 생긴 분노와 증오감부터 털어내야 인사를 제대로 할 수 있다.
있지도 않은 BBK 주가 조작설, 그리고 각종 비리설을 퍼뜨리면서 집요하게 공격했고 이것은 분명 비열한 짓이다. 도덕적으로 깨끗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이런 비열한 공격으로 도덕적 상처를 입으면 당연히 화가 날 것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이걸 털어내고 새로운 지도자로서 포용력과 화합 그리고 신뢰를 심어주어야 한다. 당 내에서는 박근혜파를 끌어안고 사회전반의 지지기반을 넓혀 가야 한다.
소수의 이단자들이 집권하면 친위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소수 친위세력이 아니라 광범위한 지지 세력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지난 선거 때 공을 세웠다고 생각하거나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목숨 바치겠다고 말하면서 대통령을 감싸고 있는 친위세력부터 해체시켜야 한다. 그리고 널리 인재를 구해 써야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것은 반드시 적재적소형 인재배치로 효율성을 높이는 데만 맞춰진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얻어내고 이들을 화합하고 뭉치게 하는 것도 인사의 중요한 포인트다.
촛불집회 이제는 꺼져야 한다. 거품이 들어간 정치공세도 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친위세력을 멀리하고 지지세력을 넓히는 일일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