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구 법무법인(유한) 주원 변호사

회사원 A씨는 회식을 마치고 직장 동료 5명과 함께 복권방에 갔습니다. 복권에 당첨될 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A씨는, 만약 1등이 되면 그 자리에 있던 동료들에게 당첨금의 10%씩을 주기로 약속하며 로또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그 주 주말 결과를 확인해보니 A씨가 샀던 복권이 1등에 당첨이 되어 1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수령하게 되었습니다. 뛸 듯이 기뻐하던 A씨는 순간 복권을 사면서 그 자리에 있던 동료들에게 당첨금 중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각각 주기로 약속했던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과연 A씨는 당첨금 중 일부를 직장 동료들에게 주어야 할 의무가 있을까요?

 

민법에는 총 15가지의 전형계약이 규정되어 있으며, 이 중 현상광고를 제외한 나머지 계약의 형식들은 낙성계약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낙성계약이란 ‘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가 합치하기만 하면 계약이 성립하고 그 밖에 다른 형식이나 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는 계약’을 의미합니다. 법원도 “민법상 소비대차는 당사자 일방이 금전 기타 대체물의 소유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은 그와 같은 종류, 품질 및 수량으로 반환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이른바 낙성계약이다.”라고 하여 구두계약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5다73098 판결 등).

 

다만 구두로 약속했다고 하여 모두 법률상 효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교환계약의 성립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교환계약은 당사자간에 청약의 의사표시와 그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의 합치로 성립하는 이른바 낙성계약으로서 서면의 작성을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 그 청약의 의사표시는 그 내용이 이에 대한 승낙만 있으면 곧 계약이 성립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하고, 승낙은 이와 같은 구체적인 청약에 대한 것이어야 할 것이며, 이 경우에 그 승낙의 의사표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방법에 아무런 제한이 없고 반드시 명시적임을 요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하여, 구두계약을 이루는 청약과 승낙이 구체적인 계약의 내용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2. 10. 13. 선고 92다29696 판결).

 

그렇다면 A씨는 이상의 논리에 따라 직장 동료들에게 당첨금을 나눠줘야 할까요? A씨는 동료들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당첨금을 주기로 약속했으므로 이는 무상증여에 해당하는바, 민법은 무상증여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즉, 민법 제555조는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증여는 낙성계약이기는 하나 서면에 의하지 않은 경우에는 언제든지 해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A씨는 자신의 의사를 철회하고 당첨금을 나눠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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