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서희 시인과 함께 떠나는 여행

조서희. 시인. 문학평론가. 교수

양평 자전거길

                              조 서 희

문득 가슴이

숨 쉬고 있을

푸른 삼나무 한 그루 그리워

양평으로 길을 나선다

어디엔가 돌아와 누운 가슴

그래도 살아서

잘 살아서 고맙다고

내 굽은 등을 토닥거리는

달리다 머물고

언제라도 쉬었다 가는

햇살 부서지는 팔당호 가녀린 물결 소리

온몸이 빠져 들어가고

지나가는 바람의 비질에도 새순이 돋아난다

페달을 밟을수록 노폐물은 조금씩 빠져나가고

쏟아지는 햇살 등을 떠민다

달리다 머물고 머물다 가고

양수 지나 능내 지나 팔당까지

너와 내가 그렇게 익어가는.

 

 

인생의 미학은 욕심을 버리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

달리다 머물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언제 어디서라도 쉬었다 갈 수 있는 것이 자전거 여행의 묘미이다. 햇살이 부서지는 팔당호의 섬세한 물결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며 연둣빛 풍경으로 들어가 보면 어떨까. 페달을 밟을 때마다 마음의 노폐물은 조금씩 빠져나가고 쏟아지는 햇살이 등을 떠밀어주면 페달 밝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능내 지나 양평 지나 팔당까지 이어지는 시원한 양평 자전거길은 일주일의 피로를 씻어주고 행복감을 준다.

2030세대의 행복 담론으로 “소확행(小確幸)이 떠오르고 있다. 소확행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한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랑겔한스섬의 오후』에 등장하는 말이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등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말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먹으면서 느끼는 ‘미식형’ 소확행이 가장 많았다. 역시 맛있는 음식은 하루에도 몇 번이고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인 것 같다. 블랙 타임에 향긋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동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퇴근 후에는 시원한 맥주 한 잔과 맛있는 안주로 하루의 피곤함을 씻고, 주말에는 맛집을 찾아 더욱 특별한 한 끼를 먹는다는 것.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맛있는 음식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는 것 또한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다.

다음으로는 쉬면서 느끼는 ‘휴식형’ 소확행이 많았다. 개구리가 멀리 뛰기 위해 잠깐 몸을 움츠리는 것처럼, 직장인들도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얼마나 큰 활력소가 되는지를 알 수 있다. 어디론가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멋진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점심 식사 후 잠깐의 산책, 출퇴근 지하철에서 즐기는 단잠, 퇴근 후 좋아하는 카페에서 보내는 여유, 잠들기 전 누워서 보는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으로도 우리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여가시간에 책을 읽거나, 시를 쓰거나, 빵을 굽고, 음악을 즐기고, 악기 하나쯤은 배우거나 화초를 키우는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문화형’ 소확행도 있다.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키워나갈 수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가족, 반려견이나 반려묘 사진을 보면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는 ‘애정형’ 소확행도 있다. 이는 사랑에 빠지면 분비되는 호르몬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영향도 있다고 한다.

행복은 결코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우리 가까이에 늘 존재한다. 우리는 그걸 잡기만 하면 된다. 인생이란 정해진 답 없이 각자의 주관을 써 내려가는 논술형 문제이자 언제나 가슴 뛰는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모험이다.

생각을 바꾸면 우리네 인생도 행복해질 수 있다. 인생의 미학은 욕심을 버리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들꽃수목원

코 스 : 양평역 - 양평군립미술관 - 들꽃수목원 - 양평5일장

거 리 : 약 22 Km

시 간 : 약 3시간

특이사항 : 자전거 대여소 운영(양수역), 들꽃수목원 방향 안전운행 주의

주요구간 : 양평역 -> 양근천길 -> 양평군실내체육관 -> 양평군립미술관 -> 승리주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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