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존재를 위해 이로운 것은 마땅히 실천하고 이롭지 못한 것은 멈추는 것. 그것이 바로‘불교 수행자의 삶’이다.”

영탑사 주지 상준 스님

“모든 것은 서로 의지하여 존재한다. 불교는‘서로 의존하고 있다’는 연기(緣起)의 진리 속에서 존재의 평등성을 깨닫는 것이다.”

 

병풍처럼 펼쳐진 상왕산(象王山) 산자락에 천년의 세월을 이어온 당진 영탑사(靈塔寺)는 예로부터 병고(病苦)에 아파하는 사람들의 병을 낫게 해주고 원(願)하는 소원을 반드시 이뤄 주는 약사여래(藥師如來) 부처님의 가피(加被)가 현현(顯現)한 신령스러운 도량이다. 또한 가지런히 놓인 벚나무들이 주위를 감싸 안은 사찰 입구에 위치한 ‘절골 저수지’는 이 봄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나무 사이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400년 된 고목은 영탑사의 오랜 자취를 느끼게 해주는 아름다운 사찰이다.

이렇듯 영탑사는 전통사찰로서의 고즈넉한 도량의 미(美)를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배우고 수행 할 수 있는 수행공간으로서도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매달 첫째 주 일요일에 열리는 ‘원각경 법회(圓覺經 法會)’ 때에는 전국각지에서 모인 백 여 명의 불자들로 도량에는 야단법석(野壇法席)을 이루며, 해마다 돌아오는 ‘부처님 오신 날’에는 고요한 산사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불과 20년~30년 전에만 해도 작고 협소한 작은 암자 규모의 사찰이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불자님들의 원력(願力)과 발원(發願)으로 이루어진 불사(佛事)를 통해 지금의 대가람(가치가 높거나 규모가 큰 사찰)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지난 2018년 7월에 부임한 영탑사 주지 상준스님은 모든 중생이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 지극히 평온한 깨달음으로 향하게 하는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도와 수행을 불자님들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 정진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재를 보유한 당진의 전통사찰.

영탑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 7교구 본사인 수덕사(修德寺)의 말사로서 통일신라 말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그 후 고려 중기에 이르러 보조국사(普照國師)가 대웅전 앞에 5층 석탑을 세우고 ‘영탑사’라 명명(命名)하였고, 이어 태조 이성계를 도와 조선건국에 큰 역할을 한 여말선초(麗末鮮初)의 승려 무학대사(無學大師)가 사찰을 중창(重創)하였다. 영탑사는 고려시대의 불상(佛像)과 탑(塔)을 비롯하여, 역사적 가치가 있는 다양한 유형문화재를 보유한 전통 사찰이다. 대표적 문화재로는 일본으로의 밀반출과 몇 번의 도난에도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온 곡절 많은 ‘보물 제 409호 금동비로자나불삼존좌상(金銅毘盧遮那佛三尊坐像)’이 보관되어 있다.

대웅전 법당 안에는 1706년(영조 36년)에 가야사(伽倻寺) 법당의 금종(金鐘)을 녹여 만들었다는 ‘충남 유형문화재 제 219호 영탑사 범종(梵鍾)’이 놓여 있는데, 이 범종은 조선말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이 자신의 부친(父親)인 남연군의 묘를 쓰기 위하여 불태운 가야사에서 영탑사로 넘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영탑사 도량 왼쪽 언덕에는 마애불형식으로 조성된 ‘충남 유형문화재 제 111호 약사여래상(藥師如來像)’이 위치하고 있다. 이 여래상은 자연암석에 양각의 형태로 새겨져 있으며 고려 말 무학대사가 기이한 빛을 발하는 바위를 보고 불상(佛像)을 조각해 나라의 평안을 빌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약사여래상이 모셔진 유리광전(琉璃光殿) 위로는 보통의 다른 사찰들과는 다르게 대웅전 앞에 탑이 위치한 것이 아니라 산 언덕의 바위를 기단으로 세워 진 ‘충남문화재자료 제 216호 칠층석탑(七層石塔)’이 우뚝 솟아 있다. 석탑이 처음 세워 질 때는 5층으로 조성 되었지만 1920년 사찰을 중수할 때 두 층을 더 올려 7층이 되었다.

불자님들의 일상 속에서 불교의 수행이 실천 될 수 있도록 쉽고 간편한 불교 수행 전파에 노력

지난 2018년 7월, 상준스님이 영탑사 주지 부임 당시 첫 법회에는 불과 3명의 신도만이 참석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상준스님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불자들 눈높이에 맞춰 불교교리 수업과 기도를 시작했다. 지난 2019년 4월에는 '원각경 1000일 기도'를 시작한 상준스님은 직접 법회 때마다 ‘원각경’ 강의를 진행하면서 불자들에게 경전의 내용을 알려주며 기도에 동참 할 수 있도록 하였고, 기도에 동참한 불자들은 원각경의 이해와 함께 기도동참의 의미를 더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저녁 유리광전에서는 모든 존재를 위한 ‘신묘장구대다라니 108독 기도’를 하고 있으며, 부처님의 말씀을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불교 기초교리반을 여는 등 다양한 기도와 법회를 마련하였다.

상준스님은 영탑사에 찾아오는 불자들이 기도와 법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아늑하고 편안하게 도량을 가꾸는 것이 주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영탑사가 도심지에서 많이 떨어져 있다 보니 직장을 마친 불자님들이 언제든 찾아와 참배를 할 수 있도록 대웅전이나 다른 전각들을 개방하고 있습니다. 사찰은 누구든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 괴로움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피난처(避難處)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사찰의 본래 기능이지요.”

상준스님은 영탑사가 처음으로 주지소임을 맡게 된 사찰이기에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주지를 사는 동안 ‘무엇을 목적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심 끝에 한 가지 목표를 정하였다. 영탑사와 인연된 모든 이들에게 자신을 괴롭게 하는 잘못된 욕심에서 벗어나 모든 존재들을 위한 이로운 마음을 낼 수 있도록 ‘불교적 인식의 전환’을 시키는 것. 그것을 목적으로 주지를 살자고 결정했다. “불교는 인연(因緣)의 가르침입니다. 길거리에 핀 꽃도 인연에 의해 이어 피어납니다. 인연이란 모든 존재는 서로 상호의존(相互依存)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어떠한 존재도 홀로 존재하는 것이 없기에 모든 존재가 평등한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불교의 진리(眞理)입니다. 평등하기에 모든 존재가 소중하며, 모든 존재가 소중하기에 그 존재들을 괴로움을 벗어나게 하고픈 마음이 바로 자비(慈悲)입니다.”

세상의 참된 모습은 그 어떤 것도 영원불변(永遠不變)한 것은 없으며 모든 존재는 인연에 의한 상호 의존하는 연기(緣起)라는 부처님의 말씀처럼 상호의존하기에 평등(平等)하며, 평등하기에 모든 존재가 소중하다는 것이다. “모든 존재를 소중히 여기는 자비심(慈悲心)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불교의 수행입니다. 우리는 진리에 부합 할 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열반)’에 이를 수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표현 방법은 다르지만 ‘종교는 인간의 행복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추구함에 있어 같다’라는 상준스님은, 대승불교(大乘佛敎)를 표방하는 조계종은 종교가 추구하는 공통의 목적에 합당한 가르침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타인의 행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신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것은 욕심이며, 이는 괴로움의 원인일 뿐이지요. 진정한 행복은 모든 이들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실천하는 것이며, 지구라는 공간에서 서로 상생(相生)하며 살아가기에 진정한 상생(相生)은 다른 사람의 아픔과 행복을 함께하는 공감(共感)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상준스님은 “공감(共感)은 모든 존재를 향해 평등한 마음을 내는 것 이며, 이것이 바로 불교의 자비(慈悲)입니다.”라고 말하며 “세상의 모든 것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자신의 뜻대로 안 되는 환경 속에서 악업(惡業)을 짓지 않도록 살아가는 것이 바로 불교 수행의 목적이지요.”라고 밝혔다.

작은 것에도 만족 하는 삶 그것이 수행의 기본.

상준 스님은 이어 “배운 대로 실천하려 노력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통해 옳고 그른 것을 바르게 배워, 옳은 것은 마땅히 실천하고 잘못된 것은 굳건히 멈추며 작은 것에도 만족하는 것이 바로 불교 수행의 시작입니다. 만족(滿足)은 모든 ‘욕망의 감각을 단속하며 주어진 것에 감사해하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부처님 가르침에 인연된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의 수레바퀴(法輪)가 굴러 갈 때만이 비로소 불교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불자님들의 신심(信心)과 원력(願力)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며 ‘가르침의 수레바퀴(法輪)’를 구르고 있기에 너무도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상준스님은 “소박한 꿈이 있다면 누구나 쉽게 불교의 진리에 인연 맺을 수 있도록 작은 도서관을 건립하는 것이 꿈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도 배우고 실천하는 공간일뿐만 아니라, 누구나 언제든지 찾아와 진실 되고 이로운 부처님의 진리 안에서 쉴 수 있는 장소, 지역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그런 도서관을 짓고 싶습니다."라는 작은 바람을 전했다. 스님은 “종교 지도자들은 각자의 신도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고민을 해결에 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교 지도자들 스스로가 번뇌와 고민에 흔들리지 않는 수행을 하는 것이 종교인의 기본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것에도 만족하며 진정한 행복에 도달 할 수 있는 바른 가르침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수행하여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때, 비로소 신도들은 종교의 지도자들에게 의지하여 평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어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모든 존재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개인적 욕망을 충족하는 행복이 아니라 잠시 비우고 만족할 수 있는 행복이었으면 합니다. 모든 것은 서로 의지하여 존재합니다. 그러기에 모든 존재가 소중한 것이지요. ‘서로 의지하며 조화롭게 존재한다’는 세상의 참된 모습 즉 진실을 바르게 알아 조화로운 질서에 걸 맞는 행동을 할 때 인간은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화재자료 제219호) 영탑사범종 (靈塔寺梵鐘)

불교의 바른 의미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일상에서 활용되기를 바란다.

상준 스님은 “불교는 꼭 부처님을 믿어야만 하는 종교가 아닙니다. 보통의 상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 할 수 있고 인정 할 수 있는 합당한 가르침이 바로 불교입니다. 그러기에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있어 음주나 흡연 도박 등, 더 큰 자극을 주어 잠시 망각(妄覺)하게 하는 잘못된 방법이 아닌 스트레스가 일어나는 이유를 바르게 알고 보아서 그것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하는 것이 바로 부처님이 말씀이며 불교의 수행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꼭 불자(佛子)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불교의 수행이 활용되어 졌으면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종교가 있지만 각 종교가 추구하는 목적은 동일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행복’이겠지요. 다만 상호의 인정과 포용이 없는 무조건 적인 믿음은 맹신(盲信)으로 흘러 갈등과 반목의 원인이 되고, 믿음이 없는 배움은 실천이 없는 얄팍한 지식에 불과할 뿐입니다. 종교는 ‘모든 존재의 이익을 위하여 바른 의도를 일으킬 수 있는 가르침’과 ‘괴로움을 일으키는 잘못된 욕망에 흔들리지 않고 일상에서 실천 할 수 있는 적정한 믿음’이야 말로 진정한 종교의 자세라고 생각 합니다”라고 설법했다.

(문화재자료 제 216호) 영탑사칠층석탑 (靈塔寺七層石塔)

조금씩 변해가는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서 출가자로서 보람을 느낀다.

상준스님이 불가에 입문하여 출가자로서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은 영향을 주신 세 분의 스님을 기억했다. 먼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출가자의 길로 안내를 해주신 은사스님이신 정묵(正默) 큰스님이다.

“방일하게 지낼 수 있는 어린 시절의 저를 엄하게 이끌어 주셨습니다. 아직도 어려운 분이시지만 이제는 왜 그렇게 엄하게 가르쳐 주셨는지를 조금씩 알게 되어 말할 수 없을 만큼 큰 감사함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스님은 수덕사 3대 방장이셨던 원담대선사(圓潭大禪師) 스님이시다. “원담대선사는 한국불교의 중흥조로 알려진 경허선사(鏡虛禪師)의 제자 만공선사(滿空禪師)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큰스님으로서 바라만 보아도 존경심과 환희심이 일어나는 분이셨다”면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인연 따라 출가한 저에게 출가자가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를 말이 아닌 마음으로 일깨워 주신 분이셨습니다.”고 말했다. 출자가로서 큰 영향을 주신 세 번째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교학적으로 알려 주신 원과스님이다. “출가를 하고 군대를 갔습니다. 그때 우연이 선임에게 ‘불교가 뭐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혀 군 제대 후 교학적으로 불교를 배우기 위해 동국대학교에 입학 했습니다. 그때 만나 지금까지도 가르침을 배우고 있는 스님이 바로 원과스님이십니다.” 상준스님은 지금까지 이 세분의 스님께 배운 대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 하고 있다고 말하며, “세 분의 스님께 배운 대로 불자님들을 대함에 조금씩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출가자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탑사는 마음속의 온갖 번뇌와 상념들을 내려놓고 기도와 수행을 할 수 있는 조용한 산사(山寺)입니다. 불자님들의 고통을 헤아리며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게 배운 대로, 들은 대로 실천하며 전하고자 노력합니다.”라는 상준스님은 “예전에는 그냥 눈을 뜨고 하루 일과를 시작했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면 배울수록 모든 중생이 괴로움에서 벗어나 바른 행복을 얻게 되길 발원하며 눈을 뜹니다. 그렇게 작은 인연을 통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에 인연을 맺고 더욱 증진될 수 있게 되길 발원할 뿐입니다.”고 말했다.

상준 영탑사 주지스님은 인터뷰를 마치며 “부처님께서는 ‘그 어느 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무엇을 해야만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일어나는 모든 생각과 번뇌를 내려놓고 무엇인가로부터 잠시 쉴 때 느껴지는 행복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잠시 내려놓음’의 행복이 모든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또한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는 바른 가르침을 전하신 부처님의 위없는 자비(慈悲)가 영탑사의 불자들뿐만 아니라 ‘코로나 19’에 힘들어 하는 모든 이들에게도 전해지길 발원합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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