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심소이불사 / 백성의 마음은 언제나 죽지 않고 살아 숨 쉰다.

김유혁 / 단국대학교 종신명예교수.석좌교수

이 말은 맹자에 실려 있는 구절이다. 하늘의 이치는 언제나 공명정대하여 어느 쪽으로도 편향되지 않고 어느 한 방향으로 기울어지는 일이 없다. 언제나 한결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것을 상존(常存)이라 한다.

때문에 하늘의 이치를 원망하는 이가 없다. 그런가하면 백성들의 마음은 개개인의 감정에 따라서는 편향성을 띨 때도 있다. 그러나 백성들의 마음도 개인의 경우를 떠나서 다수의 공감대로 들어날 때에는 공정한 판단을 잃지 않는다. 그것이 곧 의분(義奮)이다.

외적의 침략을 당했다던가, 가렴주구(苛斂誅求)하는 악덕관리가 날뛴다면 백성들은 정의감에서 그런 무리를 용서하지 않는다.

그럴 경우에 발로되는 백성들의 마음은 하늘의 마음과 거의 다름없는 공명성을 지닌다. 따라서 인심은 언제나 죽지 않고 살아 숨 쉬고 있다하여 그런 상태의 인심을 불사(不死)라 한다. 여기에서 인심은 곧 천심이요, 천심이 곧 인심이라는 말을 서로 통용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 많은 사람들은 하늘이 무슨 방법으로서 사람들의 속임수를 징치(懲治)할 수 있느냐고 한다. 그리고 사람을 속이는 이는 반드시 남들이 알지 못하게 숨기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거짓말은 언젠가는 반드시 들어나게 되어있다. 맹자는 이런 말을 남겨놓고 있다.

천소이조자는 순야요(天所以助者 順也), 인소이조자는 신야(人所以助者 信也) 라는 글귀가 그것이다. 즉 하늘이 우리를 도와준다는 것은 우리가 하늘의 이치를 순종하기 때문이요, 사람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서로 신뢰하기 때문이라 하였다.

시경(詩經)에 이런 말이 있다. 하늘이 처음에 모든 것을 낳으실 때 사람에게는 지켜가야 할 도리가 있고 다른 사물에는 스스로 존재하는 원칙이 있으며 생존하는 원리가 있다 하였다. 이를 천생증민(天生蒸民)하사 인유도(人有道)요, 유물유칙(有物有則)이라 한다.

사람은 언제나 떳떳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리를 어기거나 벗어나면 안 된다. 만약 그릇된 일로 말미암아 도리를 어기게 되면 그것은 곧 하늘의 순리를 어기는 것이 된다.

그와 같은 상황이 들어나면 그것은 곧 하늘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그런 사람은 순천자(順天者)가 아니요 역천자(逆天者)가 되기 때문이다.

역천자는 뭇 사람들로 부터 신뢰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당연히 사람들로부터 협조와 신의관계를 유지해갈 수 없게 된다. 많은 선각자들은 거울을 가리켜 사물의 성자(鏡者 物之聖)이라 한다.

모든 이들이 알고 있듯이 거울은 착한 사람이나 악인과 그리고 아름다운 미물(美物)이나 추물(醜物)을 막론하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준다. 그리고 떠나가면 미련 없이 다 떨쳐버리고 맑은 거울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그런 모습이 곧 성인(聖人)의 마음가짐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하늘이 거울처럼 공명정대하다는 것은 구름 떼가 오가면 그대로 수용하다가도 바람 타고 흘러가면 하늘은 모든 것을 흔적 없이 떨쳐 버린다.

그렇다면 하늘 앞에서 인간이 어찌 거짓을 범할 수 있으랴? 그것은 마치 거울 앞에서 소지품을 숨길 수 없는 것과 같다. 거울 앞에 서서 소지품을 숨길 수 없듯이 거짓 마음을 거울 뒤에도 숨길 수 없다. 사람이 바르고 올곧게 살아가는 길은 언제나 떳떳하게 정직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살아갈 때에만 하늘의 도움도, 사람의 도움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천인관계(天人關係)는 순(順)의 덕목이 근본이요, 인인관계(人人關係)는 신(信)의 덕목이 으뜸이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이런 글귀가 있다. 사람이 감성(七情: 喜怒哀懼愛惡慾)에 휘말려서 이성(五性: 仁義禮智信)을 어지럽히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상태를 기준으로 하여 인간유형을 분별하게 된다는 것을 밝혀놓고 있다.

첫째는 정직한 마음으로써 칠정에 구애됨 없이 공명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사물을 다루는 인간형을 賢人(또는 聖人)이라 한다. 둘째는 올곧지 않은 사심(邪心)을 품고 칠정의 유혹에 못 이겨 인사와 사물을 부정 비리한 방법으로 다루는 인간형을 간인(奸人)이라한다. 셋째는 범사에 있어서 그 판단기준을 사심(私心)에 바탕을 두고 사리사욕 충족에 기우리는 인간형을 범인(凡人)이라 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자각해야 할 일이지만 특히 나라와 백성을 다스린다는 이들은 말할 나위 없거니와, 모든 공직자는, 먼저 자신이 간인(奸人)과 범인(凡人)에 속하느냐? 아니냐? 를 살필 줄 알아야 한다. 만약 칠정(七情)의 노예가 되어 왔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스스로 양심고백하고 물러나야 한다. 양심고백도 못하고 스스로 물러나지도 못한다면 제갈공명(諸葛孔明)께서 천명한대로 당위사자(當爲死者)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유혁 / 단국대학교 종신명예교수.석좌교수

주요저서

▲달리는 한국인(중역)

▲전통윤리와 현대사회

▲세계도시 시스템(한역)

▲새마을과 Ger-Model Town

▲우리에게 이퇴계는 누구인가

▲인간과 사회ㆍ어린이와 어른

▲도처유시ㆍ청담(주편)

▲미투리신사와 시의 마당

▲제왕학 제1 ㆍ2ㆍ3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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