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구 법무법인(유한) 주원 변호사

집에서 거리가 먼 직장에 다니게 된 A씨는 직장 근처 아파트를 임차하여 살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A씨는 거실 천장에서 누수가 발생한 사실을 발견하고 임대인에게 수선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임대인은 자신에게는 수선의무가 없으므로 임차인이 알아서 수선하라며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았습니다. 과연 A씨는 자신의 부담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여 임차목적물의 수선의무를 임대인에게 지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임차인은 “임차물의 수리를 요하거나 임차물에 대하여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있는 때에는 임차인은 지체없이 임대인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 그러나 임대인이 이미 이를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634조에 따라 발생한 하자에 대한 통지의무를 부담합니다.

 

그런데 민법에 규정되어 있는 임대인의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가 어느 범위까지를 의미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인은 목적물을 계약 존속 중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목적물에 파손 또는 장해가 생긴 경우 그것이 임차인이 별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이어서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지만, 그것을 수선하지 아니하면 임차인이 계약에 의하여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로 될 정도의 것이라면 임대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한 바 있고(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89876 판결), “임대인의 수선의무를 발생시키는 사용·수익의 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목적물의 종류 및 용도, 파손 또는 장해의 규모와 부위, 이로 인하여 목적물의 사용·수익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 그 수선이 용이한지 여부와 이에 소요되는 비용, 임대차계약 당시 목적물의 상태와 차임의 액수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사회통념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하여 구체적인 판단은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107405 판결).

 

이러한 판례의 입장에 따르면, 변기, 수도꼭지, 형광등 고장 등과 같은 경우에는 임차인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사소한 것에 해당하므로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습니다. 반면 누수, 벽의 균열 등과 같은 경우에는 대규모의 수선을 요하는 것으로 임대인에게 수선의무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상에서 말씀드린 임대인의 수선의무는 특약에 의하여 이를 면제하거나 임차인의 부담으로 돌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만 판례는 “특약에서 수선의무의 범위를 명시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특약에 의하여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면하거나 임차인이 그 수선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통상 생길 수 있는 파손의 수선 등 소규모의 수선에 한한다 할 것이고, 대파손의 수리, 건물의 주요 구성부분에 대한 대수선, 기본적 설비부분의 교체 등과 같은 대규모의 수선은 이에 포함되지 아니하고 여전히 임대인이 그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91336 판결). 따라서 수선의무 면제 특약이 있는 경우에도 그 범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면, 본 사안과 같이 누수가 발생한 경우에는 대규모의 수선에 해당하여 여전히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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