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회사는 오피스텔 임대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마침 오피스텔 사업을 하기에 적절한 위치의 토지가 매물로 나왔고 A회사는 해당 토지를 서둘러 구입하였습니다.

A회사는 오피스텔 신축에 적절한 효용을 갖게 하기 위하여 해당 토지에 기초공사를 하기로 하였고, B토목회사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토지의 기초공사를 맡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B토목회사의 공사가 한창 진행되던 중, 사정이 어려워진 A회사는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었고, 공사대금 중간정산을 지급받지 못한 B토목회사는 공사를 결국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B토목회사는 A회사가 그동안 진행한 공사에 대한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음을 이유로 해당 토지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B토목회사의 이러한 유치권 행사는 정당한 것일까요?

유치권이란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하는 자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목적물을 유치하여 채무자의 변제를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담보물권(민법 제320조 제1항)을 말합니다.

이러한 유치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련한 채권이 있어야 하고,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대하여 적법한 점유가 존속해야 하며, 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하여야 함에 나아가, 유치권 배제특약도 존재하지 않아야 합니다. 위와 같은 유치권의 여러 성립요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타인의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련한 채권”이 있어야 한다는 점, 즉 ‘견련성’입니다.

견련성의 의미에 대하여 우리 판례는 “채권이 목적물 자체로부터 발생한 경우”로 보고 있습니다. 즉 채권자가 어떤 채권을 가지고 유치권을 행사하여 물건 등을 점유하고자 한다면, 해당 채권은 그 점유하고자 하는 물건에 대하여 발생한 채권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견지에 따라 우리 대법원은 부동산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은 해당 부동산에 관하여 발생한 채권이므로 공사대금 채권을 권원으로 부동산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2008. 5. 30 선고 2007마98 결정)고 보고 있는 반면, 건축자재업자가 시멘트와 모래 등 건축자재를 공급했으나 그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해당 채권은 건축자재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채권에 불과할 뿐 건축물 자체에 생긴 채권은 아니므로 유치권이 성립할 수 없다.(대법원 2012. 1. 26. 선고 2011다96208 판결)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보면, B토목회사는 토지에 대하여 기초공사를 진행하였고, B토목회사가 A회사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채권은 해당 토지에 행해진 공사와 관련된 공사대금 채권이므로, 해당 토지와 B토목회사가 가진 공사대금 채권 사이에는 일견 견련성이 인정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우리 대법원이 이 둘 사이에 견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위 사안에 대하여 대법원은 “이 사건 하도급공사는 지하층을 건설하는 건물 신축공사에 통상적으로 따르는 정지공사에 불과한 것으로서, 이 사건 각 토지를 건물 신축에 적합한 용도로 유지하기 위한 공사라고 보이지는 아니하고, 이와 같은 공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각 토지가 건물 신축공사에 적합하지 아니한 상태였다고 볼 수도 없으며, 굴착면, 흙막이 벽체, 철골구조물 등이 이 사건 각 토지를 건물 신축에 적합한 용도로 유지하기 위하여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하도급공사는 이 사건 오피스텔 신축을 위한 초기공사로 보아야 할 것이지, 그것이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공사의 성질을 지닌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면서, B토목회사가 가진 공사대금 채권은 토지에 관하여 생긴 채권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채권을 바탕으로 토지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B토목회사가 가진 공사대금 채권은 B토목회사가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목적물인 ‘토지’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아니라, ‘오피스텔 신축’에 관하여 생긴 채권에 해당하므로, 채권과 견련성이 없는 토지에 대하여 그 유치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13. 5. 9. 선고 2013다2474 판결). 이 판결은, 토지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터파기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이러한 터파기 공사는 건물 신축을 위한 공사일 뿐 토지에 관한 공사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한 판결로 보입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건물의 기초공사라고 하더라도 토지의 형상을 대지로 변경하는 경우에는 해당 공사대금채권이 토지에 관하여 발생한 채권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60530 판결).

이처럼 유치권이 인정 여부에 대하여는 많은 제반사정 및 ‘견련성’과 관련한 복잡한 법리가 변수로 작용합니다.

비슷한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유치권의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변제 받지 못한 채권을 이유로 유치권을 행사하고자 한다면, 해당 물건 및 부동산 등에 대하여 자신의 유치권이 인정될 수 있을지에 대하여 신중하고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법무법인(유한) 주원 김규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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