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는 행복 찾고

경북 문경의 대승사는 사불산 서쪽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사찰로, 신라 진평왕 때 창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대승사의 창건에는 신비한 설화가 전하는데 신라 진평왕 9년에 비단으로 감싸인 바위가 하늘에서 떨어져 바위의 사면에 모두 불상이 새겨져 있었는데 이를 신기하게 여긴 진평왕이 이름 없는 비구에게 공양을 올리게 한 것이 대승사의 시작이라 한다. 이로 인해 대승사가 있는 산 이름도 사불산이 되었다. 실제로 이 산에는 아직도 사면불이 있는데 현재는 마모가 심해 윤곽만 희미하게 남아 있다. 그 후 대승사는 중창과 소실을 반복하다가 현재는 대웅전, 조사전, 극락전, 지장전, 산신각, 나한전 등의 전각이 있다. 대승사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산중에 윤필암이라는 암자가 하나 있다. 이 윤필암은 멋진 암봉들 사이에 들어앉아 있어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그곳엔 행복에 대해 이야기 하는 대승사의 의성 주지스님이 있다. 그곳에 가면 스님과 고즈넉한 숲길을 산책하며 자연을 벗 삼아 참 나를 찾아 하나가 될 수 있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옛 것을 고집하는 것은 늙었다는 것

“지나간 이야기는 하면 뭐하누 현재가 중요한데.” 많은 사람들이 절을 찾아와서 옛것을 찾고 “절은 고풍스러워야 한다.”는데 대한 대승사 주지 의성 스님의 반론이다.

옛 집이라도 지은 시대의 문화와 풍습, 기술 수준을 반영한 것이고 그것이 시대에 따라, 사는 사람에 따라 바뀌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천 년 고찰이 전체적으로 너무 정갈하고 깨끗하게 손질돼 새집 같다는 평가에 사람이 사는 집은 낡고 허물어지는 곳은 시대에 맞게 고치고 비가 새면 지붕을 덮어 사람이 사는데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성 스님은 사람들이 문화재 운운하며 살아있는 집을 박제화 하려 한다고 했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제행무상’이라는데 우주 만물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여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아니한데 옛것을 고집하는 것은 새것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것이고 이는 곧 늙었다는 증거라며 웃었다.

경북 문경 대승사 의성 주지스님

환경이 최적, 기운이 좋은 대승선원

문경 시내에서 산북면 소재지를 거쳐 대승사 가는 길은 잘 포장된 시골길이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최근 준공한 백련당 회랑이 대궐의 성곽처럼 장엄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대승사는 문경시 산북면 사불산에 있다. 신라 진평왕 즉위 9년 587년에 사면석불상 아래에 창건됐는데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극락전, 나한전, 시왕전 등이 있다.

산봉우리에 부처님 형상의 돌이 붉은 비단 보자기에 싸여 하늘에서 사불산까지 왔기에 경배하고 절을 짓도록 했다는 대승사는 신라의 불교가 성행할 때라 공양하고,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 졌다고 한다. 그러자 소문이 진평왕에게까지 가서 왕이 직접 찾아 가니 과연 사면석불이 있었다는데 삼국유사에는 망명비구 즉, 이름 없는 비구스님에게 절을 맡겼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스님은 매일 정성스럽게 불상에 공양을 하고 법화경을 읽었는데 그가 죽은 뒤 무덤에서 흰색과 푸른색의 연꽃이 피어났다.

지용쌍련-땅에서 두 송이 연꽃이 났다는 추사김정희의 글씨도 있다.

대웅전 바로 옆에는 대승선원이 자리하고 있고 편액은 월산 큰스님의 글씨가 걸려 있으며 중앙에 보물 991호인 대승사금동관음보살좌상을 유리관에 넣어 모셔있으며 한쪽 벽에는 선방 스님들의 소임이 적힌 결제 방만 걸려 있을 뿐 아침 쉬는 시간이라 빈방에는 스님들의 좌복이 지키고 있었다.

또한 쌍련선원은 금오 고암 향곡 도우 우봉 청안 자운 서암 월산 법전 등 내로라하는 이 나라의 고승대덕들이 거쳐 갔고 1995년 월산 스님이 조실로 주석할 때 대승선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한다.

사불산 중턱 해발 650m에 자리 잡은 대승선원은 워낙 공기가 맑아 잠을 적게 자도 피곤하지 않을 정도로 기운이 좋다고 해서 승려들 사이에서도 대승선원에서 한 철 공부하는 것을 선망한다고 한다.

주지 스님과의 대화

불교를 바로 세우고자 경전 강의

현재 대승산 의성 주지스님은 21살 때 출가 했다. 평소에 법문 활동을 하며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법문을 하게 된 동기와 관련이 깊다는 그는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조사 불교라 해서 중국 사람이 남긴 말을 우선시 하고 숭상해서 부처님 말씀은 배재하는 데서 문제가 시작됐다며 걱정했다.

불교를 바로 세우고자 경전 강의를 많이 한다는 의성 스님은 종교라는 것이 성인의 가르침인데, 성직자라는 사람들이 어느 새 종교를 집단화 하고 교회나 절이 성직자의 삶의 터전이 되면서 성직자들은 그 안에서 세력을 구축하려 하고 내면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고 성직자로서 신자에게 가르침을 주지 못한다고 했다. 성직자들이 신도나 일반인에게 존재나 삶의 이치에 대해서 가르쳐 줘야 하는데 세력을 만드는 데 이용만 하고 있어 신자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가르침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도들에게 불교를 가르칠 때 신도의 신념, 개인적 사상을 투입하면 안 된다며 불교를 믿는 사람들을 개화시키고, 도구화하지 말아야 한다며 평소에 좋아하는 부처님 말씀을 인용했다. ‘악을 행하지 말고 선을 행하자.’ 요즘은 종교라는 것이 자꾸 본질에서 어긋난다며 신비하고 성스러운 건, 선이데 그런 선을 행하는 것이 힘들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모두 악업이 불행을 부르고 선업이 복을 부른다는 것을 알지만 실천하는 것은 힘들다고 강조하며 불교의 보살행이란 정진을 말한다며 한 마디 더 덧붙였다.

“정진은 선을 위한 노력이니 언제나 부지런히 선을 행해야 겠죠.”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보물제575호지정)

현실속에 실천하는 불교문화

의성 스님은 불교의 실천은 부처님 말씀을 따르는 것인데 요즘 우리나라의 세태는 안타깝다며 운을 띄웠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이 바로 출산율 저조와 이혼율의 증가인데 이는 곧 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야기하기 때문에 국가나 정부는 당장 인구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그와 더불어 국가는 국민이 자녀를 키울 걱정이 없이 유치원, 어린이집, 대학을 갈 때까지 지원해야 우리나라도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혼도, 결혼도 사랑도 모두가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의성 스님은 결혼은 약속이기에 지켜야 하는데 살다보니 성격이 안 맞거나 기존의 가치관이 혼란스럽다며 이혼을 하면 주변은 분명 지옥이 된다고 걱정했다.

이혼이 바람직하지 못한 거라는 의성 스님은 일단 남자의 의식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며 오늘날까지 사회에서 가장 오래되고 견고한 기득 층은 남자인데 그들은 여자가 자신을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사람으로 보며 자기 편익을 위해서 결혼하는게 문제라고 했다. 그건 여자는 의지 처를 위해서 결혼을 하는 거와는 반대라며 우리 사회는 남자가 여자에게 더 잘 해야 한다며 웃었다.

“원인은 이혼이 나쁜 게 아닙니다.

제도 규제가 나쁜 것입니다. 세상의 경기도 나쁜 이 시점에 남녀 서로가 인정을 해고 특히 배우자 선택을 할 때도 서로 평생 의지할 사람인가를 보며 신중해야 합니다.

사회구조상 여자는 많이 참아야 했고 자립할 수 없는 구조였지만 지금은 자립할 수 있기에 참을 필요는 없습니다. 얼마 전 결혼한 신도 집에 갔더니 여전합디다.

남편은 남의 수고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며 마실 물도 떠달라고 하는데 그게 뭐가 힘들다는 것인지 바로 배려 부족입니다.

짐을 안기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목욕할 때 수건을 세탁기에 넣어주기만 해도 되는데 안 합니다.

함께 사는 공간에서 서로가 노력해야죠. 그것이 바로 배려입니다. 남자의 의식과 태도의 전환이 절실합니다.”

금동관음보살좌상 보물991호

템플스테이 참다운 자신을 찾다

요즘 조용하고 아득한 전통사찰 템플스테이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대승사 템플스테이 문경 대승사 일주문을 지나 총지암에서 바라다 보이는 대웅전과 대승선원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확 트인다. 사방이 탁 트인 사찰 경내를 조용히 걸어보면 휴식 삼아 드러누운 강아지와 경쾌하게 들리는 새들의 지저귐과 서늘한 바람 소리로 마음이 편해진다.

어디선가 들리는 스님들의 경외는 소리. 이곳이 바로 정신의 쉼터가 아닌가? 대승사에는 요란한 다른 사찰과 달리 프로그램이 별로 없다. 다만 이 순간을 느끼라며 대웅전으로 모이면 음악 공양을 맞이한다.

청아한 음악 소리와 밖에서 들리는 바람 소리가 하나가 되어 무아지경에 이른다.

근래에는 중국 및 해외에서도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소리 공양이 끝난 후에는 스님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다.

묘적암에서 백련당으로 마음가는 대로 걷다 보면 동참 스님들이 주시는 차를 마실 수 있고 그 사이사이 나누는 담소는 차의 향기를 더한다. 그런데 대승사에 원래부터 탬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처음에는 도자기 만들기, 산약초 재배, 차 만들기, 오미자 칠장 된장 담그기 등 특화 프로그램이 있었으나 모두 없애고 오로지 푹 쉬는 것만이 있다고 하는 주지 스님은 “요즘 사람들은 프로그램에 갇혔다.

적어도 대승사에 와서는 틀 안에서 벗어나 참 나를 찾기를 바란다”고 운을 띄었다.

“현대인들은 보이지 않는 감옥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전부 계획이라는 틀 안에서 자기를 속박하고 있지요. 그래서 우리 절에 왔을 때 어리둥절하죠. 프로그램이 없으니까요. 휴식이 주어졌는데도 뭘 해야 할지 몰라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습니다.”​프로그램이 없는 대승사 탬플스테이지만 주지 스님과의 진솔한 대화 시간이 주어지면 사람들은 이 시간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스님은 “가족 탬플스테이를 권합니다.

법회활동을 하면서 서먹서먹한 가족을 많이 봤습니다. ‘이래선 안 되는데’란 생각이 들었죠. 이 세상에서 가장 휴식처가 되는 곳이 가정이어야 하는데 말입니다.”라며 가족간 템플스테이를 추천했다.

그는 긴장 관계를 조금이나마 허물기 위해 가족 간 얼굴을 30초간 서로 바라보라며 청소년에게는 스마트폰을 압수 아닌 압수한 후, 자연과 자기 자신을 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줄 수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다가오는 겨울 방학에는 가족간의 소중한 시간을 대승사 템플스테이가 어떨까?

40년째 불교에 몸담으며

세상에 이익을 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종교의 본질은 사람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악은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가치를 두어야 할 때는 안두어서 가치전도가 발생하고 그로인해 고통이 생긴다. 하지만 성인들의 가르침은 동일하다.

주지 의성 스님은 진정 가치가 있는 것을,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가르친다. 우리의 행복은 위태로운 행복이다. 왜냐하면 재물에 의탁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덧없고, 금세 무너진다. 따라서 진정한 행복이 아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자중하고, 가정을 잘 다스려야 행복하다. 암담한 말을 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분노와 비난에서 성찰의 시간을 가지면 우리는 정유년 새해에도 밝은 미래를 위한 행복을 가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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